
지난해 한반도 대지는 뜨거워졌고 바다는 끓었으며 하늘에선 감당 못할 물폭탄·눈폭탄이 쏟아졌다. 기상청이 지난 1일 이런 내용의 ‘2024 이상기후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지난해를 “기후위기를 실감했던 한 해”로 매김했다. 각종 이상기후 관련 기록을 갈아치우며 시민 일상을 위협한 ‘최악’의 한 해였다는 것이다. 기후위기 대응에 미온적인 정부를 향해 구조적 기후재난을 경고한 기후당국의 보고서라 할 만하다.
기상청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연평균 기온은 평년(12.5도)보다 2.0도 상승한 14.5도로 기상관측 기록 기준점이 되는 1973년 이래 가장 높았다. 특히 여름철 평균기온은 25.6도로 역대 최고였다. 더위는 늦가을까지 이어져 9월 평균기온이 24.7도까지 치솟아 역대 최고였고, 평년 0.2일에 불과하던 9월 폭염일수는 6.0일로 폭증했다. 해수면 온도 역시 17.8도로 최근 10년 사이 최고였다. 집중호우도 심해져 여름철 강수량의 78.8%가 장마철에 집중됐다. 높은 해수면 온도와 낮은 대기 온도 차이로 11월에 폭설이 중부지방을 강타하기도 했다.
최악 무더위에 온열질환자는 전년 대비 31.4% 급증한 3704명에 달했고, 이들 중 34명이 숨졌다. 농업은 1~2월 대설·한파, 5월 우박, 여름철 고온과 폭우, 11월 대설 등 종잡을 수 없는 날씨에 1년 내내 큰 피해를 봤다. 어업도 뜨거워진 바닷물에 양식 생물이 대량 폐사하면서 전해의 3배가 넘는 1439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기후재난은 밭일하던 노년층, 택배 배달노동자, 쪽방촌·반지하 거주자 등 사회적 취약계층부터 희생시켰고, 물가를 들썩이게 했다. 역대 가장 피해가 컸던 지난달 영남 지역 산불 때도 희생된 이들의 다수는 거동이 느리고 불편한 노인들이었다.
기후재난의 근본 대책은 기후변화를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는 것뿐이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정부의 인식과 태도 변화가 시급하다. 속도를 내도 시원찮을 판에 탄소감축 목표를 설정하지 않거나 미루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줄이는 근시안적 정책으론 해마다 심해지는 기후재난을 막을 수 없다. 당장의 경제 성과에만 급급해 임박한 미래 위험은 ‘나 몰라라’ 하는 무책임한 태도 아닌가.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에 지름길은 없음을 알고 더 늦기 전에 적극적으로 탄소감축 및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나서야 한다. 또 기후재난에 가장 심각하게 위협받는 취약계층 보호 대책부터 촘촘히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