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활용 문화유산 모니터링
위험요인 점검·안전진단 역할
단순한 이동수단·촬영 도구 아닌
사회적 가치 창출 도구로 활용
“사회·문화와 기술 융합돼야
서비스로서 가치 가질 수 있어”
업계 지속가능한 미래 열고
혁신모델 자리잡는 기반 마련
◇융복합적 사고를 통한 혁신 모델 구축
인생의 길은 여러 갈래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전공과 직업이 반드시 일치해야 한다고 믿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예를 들어, 문과 출신은 인문학 분야에, 이과 출신은 과학기술 분야에만 머물러야 한다는 편견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학문과 산업의 경계를 넘어 융복합적 사고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창출한 사례는 역사 속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예술과 과학을 넘나들며 시대를 앞서간 천재도 있었고, 근대에는 인문학적 통찰을 바탕으로 물리학을 혁신한 알버트 아인슈타인도 있다. 최근에는 IT와 디자인을 결합해 인문학과 기술의 융합으로 디지털 혁신을 이끈 스티브 잡스의 사례도 있다. 이들 모두는 융복합적 사고가 새로운 시대의 혁신 동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2018년 창업 이후 국내 드론업계에서 차별화된 길을 열어가고 있는 주식회사 리하이의 추혜성 대표(33세) 역시, 다양한 분야를 통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융복합적 사고를 몸소 실천하고 있다. 중국어를 전공한 그는 대학 졸업 후 창업에 도전해 2년 만에 매출 12억 원을 달성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고등학교 시절 제2외국어로 중국어를 배우며 언어와 문화에 대한 관심을 키운 그는, 공자와 플라톤 같은 사상가들의 생각을 현실에 대입해보며 다각도로 사고하는 방식을 익혔다. 이러한 경험은 드론 기술을 접하면서 “단순히 드론을 잘 만드는 데 그쳤다면 다양한 시도를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확신으로 이어졌다.
추 대표는 “기술이 사회·산업·문화와 적절히 융합되어야만 서비스로서의 가치를 갖는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리하이가 운영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문화유산 보존’, ‘드론쇼’, ‘특수목적용 드론 제작’ 등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이처럼 각기 다른 영역을 아우르는 사업 구조는 기술과 다양한 분야를 결합하려는 융복합적 사고의 결과다.
특히 드론쇼는 리하이의 대표적인 캐시카우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시장에는 이미 여러 경쟁 업체가 자리 잡고 있었지만, 추 대표는 “5~6위로 출발하더라도 충분히 도전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후발주자로서의 불리함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술, 예술, 콘텐츠를 융합한 새로운 접근 방식이 차별화된 경쟁력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드론쇼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그는 기술과 콘텐츠의 융합, 그리고 다양한 시각을 반영한 협업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예컨대 디자이너가 기술적 한계를 이해하지 못해 창의적 표현에 실패하거나, 엔지니어가 콘텐츠를 고려하지 않아 현실과 동떨어진 결과물을 만드는 사례가 있었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추 대표는 팀워크를 강화하고, 직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적극 반영했다. 실제로 독단적 판단보다 팀의 의견을 수렴했을 때 소비자 만족도가 더 높았던 경험은, 팀워크가 혁신의 핵심임을 확인시켜줬다.
리하이는 이렇게 융복합적 사고를 통해 기술과 문화를 넘어서는 새로운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있다. 단순히 기술 개발에만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분야와의 협력을 통해 국내 드론 시장에서 뚜렷한 차별화를 이루며 혁신을 만들어가고 있다.
◇기술의 확장성과 지역사회 연계
기술의 확장성은 의외로 우리 주변에서 출발한다. 지역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창의적인 접근법을 찾는 과정에서 발전의 가능성이 열린다. 리하이는 단순히 드론 기체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와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모델을 지속적으로 실험하고 있다.
추혜성 대표는 “기술이 단순히 이동수단이나 촬영 도구로만 쓰인다면 아쉽지 않을까요?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그는 드론 기술을 활용해 경주의 문화유산을 관리하고, 지역의 역사적 자산을 보호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드론은 단순한 비행체가 아니라, 문화유산의 현황을 파악하고 위험요인을 점검하는 전문 모니터링 도구로 재탄생했다.
대학교 4학년 시절 중국 유학 중 떠올렸던 “우리 지역의 고유한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이야말로 특별한 가치를 가진다”는 생각은 곧 창업의 원동력이 되었다. 이후 그는 정부 기술개발 지원사업에 선정되며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고, UAM(도심항공 모빌리티) 등 차세대 모빌리티 기술을 접목하며 드론을 이동수단 이상의 사회적 도구로 확장했다. 2024년 1월, 리하이는 UAM 축소기 테스트 비행에 성공하며 드론 기술을 문화유산 관리부터 안전 진단에 이르는 다양한 영역에 적용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최근에는 문화유산 촬영 및 모니터링 분야에서도 드론의 중요성이 한층 더 커지고 있다. 리하이는 전국 유일의 지능형(AI) 드론을 활용한 문화유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추 대표는 “끊임없이 발생하는 자연재해로 인한 문화유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드론을 통한 기술개발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계획입니다. 또한 관련 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해, 지속 가능한 협업 모델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라고 밝혔다.
결국, 리하이가 고민한 기술의 확장성은 지역 환경과 문제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이를 기술과 결합하려는 끊임없는 노력에서 나온 결과다. 이는 리하이가 단순한 기술 기업을 넘어, 지속 가능한 미래를 구축하는 혁신 모델로 자리 잡는 기반이 되고 있다.
◇미래를 준비하는 리하이의 비전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서 도심항공모빌리티(UAM)는 비행기와 드론의 경계를 허무는 혁신적인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전기 배터리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UAM은 항공유에 의존하는 기존 비행기와 달리 친환경적인 특성을 갖춰 더욱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가능성 뒤에는 배터리 기술에 대한 새로운 도전 과제가 함께 부상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E-모빌리티용 배터리 기술은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않은 상태다. 예컨대, 전기 오토바이는 배터리를 동력원으로 사용하지만, 수명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면 폐기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리하이는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추혜성 대표는 “사용 수명이 끝난 배터리를 드론에 탑재해 재활용한다면, 자원 낭비를 줄이고 배터리 생애주기 전체에 가치를 더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발상으로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모델을 제안하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 배터리 규격화가 진행되면, 배터리 재활용 문제는 더욱 중요한 이슈가 될 전망이다. 리하이는 이를 선제적으로 대비하며, 기후 중립과 순환 경제로의 전환이라는 글로벌 트렌드에 발맞춰 나가고 있다. 단순히 배터리 재활용에 그치지 않고, 드론택시(UAM 기술)를 안전하게 상용화하기 위해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디자인, 설계 등 분야별 협업에도 주력하고 있다. 추 대표는 “협업 없이는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며 파트너사와의 긴밀한 협력을 강조하고, 리하이를 소프트웨어 안전성을 강점으로 내세운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E-모빌리티의 국가표준”을 목표로 하는 리하이의 비전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배터리 기술과 안전성을 기반으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모델을 제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는 환경 문제와 기술 혁신을 결합해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새로운 표준을 만들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담고 있다.
리하이는 지금도 기술과 지속 가능성, 그리고 글로벌 경쟁력을 결합하며 한국 드론 기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확장성을 고민하는 기어 철학
지금의 글로벌 시장에서 다른 나라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융합적 사고가 필수적이다. 이미 기술 선진국들은 앞서가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기술력을 따라잡으려는 노력만으로는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어렵다. 추 대표는 “한국이 가진 인공지능, 정보통신, 2차 전지 같은 강점을 드론과 연계하고, 이를 서비스화한다면 충분히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며 확장성을 믿고 있다.
리하이가 추구하는 기업 철학은 현재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기술과 사업 모델을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이는 단지 기술적 혁신을 이루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들과의 협업과 동행을 중시하는 가치관과도 맞닿아 있다. 추 대표는 “저 혼자만의 꿈을 이루기보다는, 함께 일하는 모든 분들에게 정서적·경제적·기술적 지원을 해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싶어요. 각자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동시에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어야 진정한 성장을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라고 말한다.
결국 리하이가 추구하는 ‘지속 가능성과 확장성’은 기술을 단순히 시장 요구를 충족시키는 도구로 보는 데서 벗어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수단으로 삼으려는 노력이다. 드론 기술의 안전성 강화, 배터리 재활용을 통한 친환경 모델 구축, 지역사회와 협력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행보가 이를 뒷받침한다.
리하이는 지금도 기술과 사람, 그리고 사회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업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이는 한 기업의 성장이라는 틀을 넘어, 공동체 전반에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지속 가능한 철학을 실천하는 과정이다. 현재를 뛰어넘어 미래를 준비하는 이들의 움직임은, 모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확장성을 고민하는 데 있어 훌륭한 선례가 될 것이다.
이미나 (청년활동연구가/ 교육학박사)
저작권자 © 대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