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카피타이거' 전략

2025-02-05

“남들이 고양이를 보고 고양이를 그릴 때, 우리는 고양이를 본떠서 사자를 그렸다.”

중국의 거대 테크기업 '텐센트'의 마화텅 회장이 한 말이다. 그는 카피캣(모방) 전략으로 성공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미국의 AI 기술을 넘어서는 혁신인지, 아니면 단순 모방의 결과인지를 놓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명확한 것은 중국의 '카피캣' 전략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이다.

기술은 표준화되고 기업간 장벽은 낮아지고 있다. 자의든 타의든 서로의 서비스를 참고해서 개발하면서 후발주자들은 카피캣 오명을 쓴다. 하지만 카피캣이 최후의 승자가 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국회에서도 딥시크가 가져올 변화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여야 모두 긴급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팔을 걷어붙였다. AI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인지하고 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다만 간담회에서 여야가 네 탓 공방을 이어갔다는 점은 씁쓸하다. 지금은 책임 떠넘기기를 할 때가 아니다. 한국이 처한 현실을 제대로 짚어보고 실질적인 대안을 모색해서 실행가능한 정책부터 추진해야 한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5일 “AI가 단기 성과에 치우져 정치권에서 유행처럼 소비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했다.

AI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우리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다. 후발주자인 우리는 '카피캣'을 넘어 '카피타이거'를 창출해야 한다. 보여주기식 토론회로 그쳐선 안된다. 일시적으로 AI 예산만 늘린다고 딥시크와 같은 기업이 만들어지진 않는다. 중국은 1990년대 후반부터 40년간 이공계 인재 육성을 해왔다. 국회와 정부가 낡은 데이터 활용 규제를 허물고 중장기 관점에서 정책적·제도적 밀착 지원을 심도있게 고민해야 한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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