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디어 프로배구 V리그가 막을 올렸습니다. 배구계에서는 설레면서도 두려웠을, 바로 김연경이 없는 여자배구 시즌이 시작된 겁니다.
첫 스타트를 끊은 것도 김연경의 친정팀, 지난 시즌 통합우승 챔피언 흥국생명입니다. 감독도 선수단 구성도 여러모로 달라졌지만, 6개월여 전 통합우승을 달성했던 자신들의 홈 삼산에서 똑같은 상대인 정관장을 만나 3대 1 승리로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습니다.
■김연경 빠져도 매서운 '원정 무덤'…철쭉 응원단 뜨거운 응원 열기

김연경이라는 슈퍼스타를 코트에서 떠나보내고 V리그는 시작 전부터 흥행에 대한 우려가 있었습니다. 앞서 열린 컵대회의 파행까지 겹치면서 있던 배구 팬들의 신뢰마저 흔드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컸습니다.
하지만 일단 오늘(18일) 열린 개막전의 현장 분위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물론 경기 후 김연경의 은퇴식 행사가 예정돼 있다는 점이 오늘 경기의 셀링 포인트이기도 했지만, 그동안 '원정팀의 무덤'이라고 불렸던 모습 그대로 철쭉응원단의 응원 열기는 매서웠습니다.
흥국생명 구단주를 비롯해 이번 드래프트로 뽑힌 신인 선수들의 시구로 시작된 경기. 김연경이 없었지만 여전히 선수 개개인을 향한 응원가는 크게 울려 퍼졌고, 흥국생명 특유의 클래퍼와 철쭉 응원단 보자기를 활용한 응원은 체육관을 울릴 정도였습니다.
실제로 첫 경기 개막전을 찾은 관중은 5,401명. 매진은 아니었지만 약 5,800석 규모의 삼산체육관을 고려하면 관중 수입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흥국 레베카 vs 정관장 자네테…외국인 선수 뒷받침할 국내 선수는?

두 팀 모두 지난 시즌보단 전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각 팀의 주전 세터 이고은과 염혜선까지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한 상황. 미들 블로커 라인의 흥국생명 김수지·이다현과 정관장의 박은진·정호영의 맞대결이 관전 포인트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뚜껑을 열어보자, 자연스럽게 공격 점유율은 각 팀의 외국인 선수인 레베카와 자네테에게 쏠렸습니다. 특히 두 선수가 모두 2번 자리에 위치할 땐, 장군멍군처럼 점수를 주고받았는데요. 실제로 1세트엔 두 선수가 똑같이 10득점에 공격 성공률 60%대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로테이션상 두 선수 모두 후위에 위치하고 백어택 상황이 잘 만들어지지 못하자, 이들을 대신해 전위에서 해결해 줄 수 있는 국내 공격수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한계로 남았습니다. 지난 시즌 외국인 선수 못지않게 공격을 끌어갔었던 김연경과 메가·부키리치의 쌍포에 쏠린 정관장의 빈틈까지 채워준 표승주의 빈자리가 눈에 띈 겁니다.

실제로 경기 전체를 종합해 볼 때, 흥국생명에서 레베카(28득점)에 이어 가장 많은 득점을 한 선수는 최은지와 정윤주였습니다. 하지만 두 선수의 공격 성공률은 28%에 그쳤습니다.
정관장은 자네테에 이어 고희진 감독이 앞으로 작정하고 키워보겠다고 점찍은 이선우와 정호영이 각각 13득점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이선우는 혼자서 8개의 범실을 내주며 35.7%의 낮은 공격 성공률로 아쉬움을 삼켰습니다.
그저 팀이 이기기 위한 '몰빵배구'는 스포츠를 보는 팬들의 시각도 높아진 상황에서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언제는 외국인 선수에 의존 안 했냐'는 자조 섞인 비판도 있겠다만은, 이제는 우리 시대 최고의 선수 김연경을 보내주고 난 뒤의 V리그입니다. 흥행에 대한 고민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국내 선수들의 활약과 질 좋은 배구의 조화가 더욱 절실해진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