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초반에는 '팬들이 이렇게 많이 오셨구나' 하며 감정적으로 보다가, 점점 감독의 시선으로 경기를 보게 되더라고요. '쟤 뭐야?' 이런…"
"요시하라 감독님이 '3라운드 끝나기 전까지는 (제가 돌아올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계시지 않을까 하는데, 저는 생각이 없어서요."
인천 삼산에 새겨진 영구결번 10번 김연경이 은퇴식을 통해 정말 마지막으로 코트와 작별을 알렸습니다. 팬들도 자리를 뜨지 않고 체육관을 가득 메워 김연경의 마지막을 응원했습니다.
은퇴식을 마치고 취재진을 만난 김연경의 표정에선 마지막이라는 아쉬움보다는 후련함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특유의 유쾌한 농담들까지 날리면서 명불허전 '김연경'의 모습을 보였는데요.
특히 흥국생명의 요시하라 감독이 김연경을 향해 '플레이를 계속 보고 싶다'며 같이 코트를 누비고 싶다는 어필에 대해, 김연경은 딱 잘라 거절해 취재진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은퇴식에 대한 소감부터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매운맛 코칭에 대한 반응까지, 일문일답을 준비했습니다.
Q. 드디어 정말 마지막 은퇴식입니다. 기분이 어떤가요?
A. 이번이 정말 마지막 은퇴식이었던 것 같은데 또 흥국생명에서 이렇게 성대한 은퇴식을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또 선수단에도 고맙다고 얘기하고 싶고 오히려 좀 홀가분한 것 같습니다. '이제야 끝이구나'라는 게 좀 실감이 나고요. 또 앞으로 저희가 가는 그런 길들도 많은 분들이 응원해 주실 거라고 믿기 때문에 계속해서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Q. 울컥하거나 눈물 나진 않았나요?
A. 약간 울컥하기는 했습니다. 영상들을 봤을 때 좀 울컥함이 좀 올라오기는 했었는데 울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좀 행복하게 웃으면서 은퇴식을 하다 보니까 좀 앞에 계시는 기자님들이나 그 사진 촬영하시는 분들도 '조금 싱겁다'라는 분위기여서 일단 죄송하다는,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좀 드리겠습니다.
Q. 안 그래도 아까 복도에서 하는 이야기를 들으니 좀 아쉬워하던데요.
A. 네, 약간 울컥하기는 했어요. 확실하게 좀 감정적으로 좀 올라오는 부분들이 좀 있었는데 그래도 이렇게 행복하게 웃으면서 은퇴할 수 있는 것도 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많은 분들도 더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Q. 구단 최초의 영구 결번입니다. 분명 의미가 있을 텐데요.
A. 정말 큰 의미가 있죠. 제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배구를 시작해서 국가대표 꿈을 꾸며 그렇게 달려왔는데, 대표팀의 또 주장을 하기도 했고 흥국생명팀까지 오게 되면서 정말 많은 걸 이뤄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 과정들을 함께 했었기 때문에 이런 흥국생명에서 영구결번으로 은퇴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너무 영광스럽고, 제가 이때까지 했었던 그런 노력이 남겨져 있다는 거에 참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Q. 은퇴 후 코트가 아닌 관중석 위에서 경기를 지켜봤습니다. 어땠나요?
A. 오늘 오는데 기분이 좀 이상하긴 했습니다. 이렇게 팬분들이 앉아 계시는 그런 존들을 한 번씩 이렇게 훑어보니까 예전에 제가 뛰었을 때가 생각이 나기도 하고, 많이 이렇게 응원을 해주셨구나. 왜냐하면 제가 경기를 하면서는 하나하나 볼 수는 없었는데, 오늘 이렇게 또 멀리서나마 응원해 주시는 거 보니까 제가 뛰었을 때 못 봤던 것들도 볼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Q. 개막전 상대 정관장이었는데, 6개월 전 통합우승할 때가 생각이 났을 것 같아요.
A. 네, 생각이 나기는 하더라고요. 팬들로 가득 메운 이 경기장 안에서 우리가 5차전 했을 때의 그 마지막 점수도 막 정말 생생히 기억날 정도로 오늘 열기가 되게 뜨거웠던 것 같고 그래서 오늘 경기를 좀 반드시 이겨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경기를 봤는데, 결과적으로 오늘 승리를 선수들이 해줘서 또 기분 좋은 은퇴식이 된 것 같습니다.
Q. 배구 예능 프로그램에서 감독을 하고 계시잖아요. 그래서 혹시 경기를 보면서 감독으로서의 약간 분석적인 마인드가 더 컸을지 아니면 팬들을 보고 감성에 찼는지 궁금했거든요.
A. 초반에는 감정적인, '이렇게 팬들이 많이 왔구나', 마지막 은퇴식인데 오셔서 감사하다는 생각도 하면서 경기 초반 1세트 때까지는 감독의 시선으로 좀 보기는 했습니다. (잘 못하면) '쟤 뭐야?' 약간 느낌으로. 그렇게 보다가 2, 3세트 때는 좀 '편안하게 보자'고 해서 편하게. 선배이자 언니, 또 어드바이저로서 편하게 보면서 앞으로의 우리 팀의 방향에 대해서 좀 생각을 하면서 경기를 지켜봤습니다.
Q. 그럼, 감독으로서 보셨을 때 오늘 흥국생명의 경기는 어땠나요?
A. 스타팅 멤버에서 좀 놀라운 선수들이 좀 있었고요. 그런데 그런 선수들이 들어왔을 때 자기 역할들을 너무 잘해주는 모습들을 보면서 그 선수들이 왜 주전 선수가 됐는지를 보여줬던 그런 경기였던 것 같아서 앞으로 기대가 많이 되는 그런 시즌인 것 같고요. 또 레베카 선수도 오늘 생각보다 좋은 활약을 해줘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 되게 저는 긍정적으로 봤던 것 같습니다.
Q. 요시하라 감독님은 김연경이 선수로서 플레이하는 걸 더 보고 싶다는 어필을 계속하던데요.
A. 어드바이저로서도 계속해서 이제 훈련하는 체육관에도 가면서 감독님하고 얘기할 때도 있는데 그럴 때마다 계속해서 '아직 기회는 남아 있다. 3라운드 안에만 등록하면 경기는 뛸 수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열려 있다' 그 생각을 계속해서 하라고 얘기를 하셔서. 아마도 3라운드 끝나기 전까지는 좀 희망을 좀 가지고 계시지 않을까 싶기는 한데 저는 생각이 없어서요.
Q. 배구 예능에서 일침이나 매운맛 코칭에 대한 반응이 뜨거워요. 선수들한테만이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자극을 준다는 반응이 나오는데요?
A. 사실 처음 이제 배구 예능을 하는 거여서 처음에 걱정을 좀 많이 했었습니다. 걱정을 많이 했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지금 사랑을 해 주시고, 이 배구라는 종목에 정말 많은 관심들을 가져주시고 사랑해 주시는 걸 많이 느끼고 있어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계속해서 저희 성장하는 그런 과정들을 방송으로 보셨으면 좋겠고, 이런 경기와 시즌을 할 때 계속해서 가득 메워진 경기장을 봤으면 좋겠습니다.
Q. 앞으로의 본인 제2의 인생을 좀 어떻게 살았으면 좋겠는지 궁금해요.
A. 아까도 말씀드리기는 했는데 제가 정말 이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많은 분들의 도움이 없었으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그분들을 통해서 저도 도움을 얻었고 또 응원도 많이 받았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조금 더 젊은 친구들한테 또 기회도 주고 성장할 수 있게끔 또 배울 수 있게끔 그런 환경들을 좀 만들어 주려고 지금 많이 하고 있고 또 재단, 아카데미를 통해서 그런 선수들을 계속해서 지원하고 관심을 계속해서 가질 수 있게 하겠습니다.
Q. 계속해서 '포스트 김연경 시대', 본인이 없는 여자배구 시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와요. 어떻게 생각하나요?
A. 저를 응원해 주시는 많은 분들도 이제 배구를 계속해서 이제 관심을 가지시고 보실 거라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계속해서 우리 후배들 선수들 많이 사랑해 주시고 응원 보내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을 좀 하고 싶고요. 우리 배구가 좀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으려면, 확실하게 국제 무대에서의 성적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 부분들이 앞으로 좀 더 개선돼서, 우리 선수들이 내년에도 또 아시안게임이라는 또 중요한 대회가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좋은 성적을 가지고 와서 많은 국민들한테 다시 한번 더 사랑을 받는 그런 스포츠로 거듭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