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원정 반대"…스페인 라리가 선수들, 15초간 침묵시위

2025-10-18

오비에도-에스파뇰 선수들, '마이애미 경기 개최' 결정에 집단 항의

[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스페인 프로축구 라리가가 미국에서 정규리그 경기를 열기로 결정하자 선수들이 집단 행동에 나섰다. 오비에도와 에스파뇰 선수들은 경기 시작 직후 15초 동안 움직이지 않는 침묵시위로 라리가 사무국을 향한 불만을 드러냈다.

18일(한국시간) 스페인 오비에도의 에스타디오 카를로스 타르티에레에서 열린 라리가 9라운드 경기. 에스파뇰이 2-0으로 승리한 이 경기에서 양 팀 선수들은 킥오프 휘슬이 울리자 그대로 제자리에 멈춰 섰다. 그러나 이 장면은 TV 중계로는 볼 수 없었다. 경기 시작 후 약 25초 동안 중계화면은 경기장 외부 전경만을 비췄다.

이 침묵시위는 라리가 사무국이 이번 시즌 17라운드 바르셀로나-비야레알 경기를 미국 마이애미에서 개최하기로 한 결정에 대한 항의였다. 라리가는 지난주 스페인축구협회(RFEF)와 유럽축구연맹(UEFA)으로부터 개최 승인을 받아 12월 20일(현지시간) 마이애미 가든스 하드록 스타디움에서 경기를 진행할 계획이다.

유럽 리그 경기의 국외 개최는 전례가 없는 일이다. 과거 이탈리아 슈퍼컵이나 스페인 슈퍼컵이 중국,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적은 있지만, 정규리그 공식 경기가 해외에서 치러지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하비에르 테바스 라리가 회장은 "해외 개최는 리그의 글로벌 수익과 중계권 가치를 끌어올릴 핵심 전략"이라며 이를 연례행사로 만들 계획임을 밝혔다. 하지만 선수협회를 비롯한 구단, 팬 단체 등 스페인 내 반발은 거세다.

스페인선수협회(AFE)는 "라리가의 불투명한 결정 과정과 대화 부재, 일관성 결여에 항의하는 상징적 시위를 벌일 것"이라고 예고했고, 이번에 실제 행동으로 옮겼다. AFE는 "라리가 20개 구단의 주장 전원이 이번 시위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바르셀로나와 비야레알 선수들에게는 시위 참여를 요청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시위 장면이 생중계에서 빠진 것은 라리가 사무국의 의도적 통제라는 비판도 나온다. AP통신은 "선수들은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지만, 팬들은 그 장면을 볼 기회를 잃었다"고 전했다.

한편 마이애미 원정 당사자인 바르셀로나는 내부에서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한지 플리크 감독은 "나도, 선수들도 만족하지 않는다. 하지만 라리가가 결정했다"로 말했다. 후안 라포르타 바르셀로나 회장은 "미국 시장 진출 기회"라며 라리가의 결정을 지지했다.

zangpab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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