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정부가 한화오션에 대한 제재를 발표한 가운데 그 여파가 뜻밖에도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중계에까지 미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중국 중계진이 한국 팀 ‘한화생명 e스포츠(Hanwha Life Esports)’의 이름을 제대로 부르지 못한다는 것이다.
17일(현지시간) 대만 방송사 FTV(民視新聞)에 따르면 중국 시청자들은 이달 15일 열린 롤드컵 경기 중 중국 해설진이 다른 팀들과 달리 한화생명e스포츠만 ‘HLE’라고 반복해 부른다는 점을 포착했다.
다른 한국팀들은 정상적으로 팀명을 부르는 반면 유독 한화생명e스포츠만 “HLE가 좋은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등 약칭으로만 표현됐다는 것이다.
통상 한화생명e스포츠는 국내외에서 ‘한화생명’ 또는 ‘한화’로 불린다. 그러나 중국 방송에서는 이 단어가 아예 등장하지 않았다.
이후 한 중국 출신 프로게이머가 자신의 개인 방송을 통해 “이는 중국 정부의 한화그룹 제재 조치와 관련이 있다”고 폭로했다고 FTV는 전했다. 한화오션이 제재 명단에 오른 이후, 대회 관계자들 사이에서 ‘한화’라는 단어 자체가 금지어로 취급되고 있다는 것이다.
누리꾼들은 “정치가 게임 중계에까지 개입하다니 한심하다”, “중국 캐스터가 실수로 ‘한화’라고 말했다가 바로 말을 바꾸더라” 등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앞서 중국 상무부는 이달 14일 미국이 자국 조선업체에 대한 무역법 301조 조사를 벌인 데 대한 ‘보복 조치’로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 5곳에 제재를 가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이 중국에 대해 취한 해사·물류·조선업(무역법) 301조 조사에 협조해 중국의 이익을 해쳤다”며 ‘한화오션 주식회사 5개 미국 자회사에 대한 반격 조치 채택에 관한 결정’을 공표했다.
제재 대상은 △한화쉬핑(Hanwha Shipping LLC) △한화 필리조선소(Hanwha Philly Shipyard Inc.) △한화오션USA인터내셔널(Hanwha Ocean USA International LLC) △한화쉬핑홀딩스(Hanwha Shipping Holdings LLC) △HS USA홀딩스(HS USA Holdings LLC) 등이다.
중국 정부는 중국 내 조직이나 개인이 이들 업체와 거래·협력 등 경제활동을 하는 것을 전면 금지했다.
이에 대해 미국 국무부는 16일 "중국이 한국 조선업체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에 제재를 가한 것은 한미 협력을 약화시키려는 시도이며 한국을 강압하려는 오랜 중국의 패턴의 또 다른 사례"라며 강하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