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달라진 명절 풍속도…"이젠 추석 때 여행간다"

2025-10-04

유교 문화 위축·가족 형태 변화로 추석 풍속도 바뀌어

제사·성묘 대신 휴식과 여행 선택한 3040세대 늘어

추석 연휴 여행 수요의 약 60%가 가족 및 단체여행

진명숙 교수 "관행적으로 이뤄졌던 것들, 시대 흐름에 맞춰 달라질 것"

직장인 김동원(38)씨는 최근 가족들에게 ‘깜짝 제안’을 했다. 이번 추석 때 차례나 성묘 대신 가족끼리 여행을 가자고 한 것. 집안 어른들도 많이 돌아가시고 가족 단위로 명절을 보내다 보니 몇 해 전부터 친척들과의 교류도 줄어들었다. 차례 음식은 음식대로 낭비였고, 가족들은 가족들대로 고생이었다. 김 씨는 “주변 지인 대부분이 명절 연휴 한두 달 전부터 여행계획을 세운다”며 “설득 끝에 가족들도 함께 여행을 가자는 데 동의했고, 이번 명절 때 제주도로 여행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족의 대표 명절인 추석을 쇠는 변화상이 확연해지고 있다. 집안 웃어른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추석에 지내는 차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없애는 집들이 늘었다. 명절은 설날로 통일하고 추석은 연휴로 즐긴다는 것이다. 실제 핵가족 시대에 명절과 제사 등을 이유로 가족의 모임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래서 김 씨의 사례는 때늦은 감이 들 정도다.

최근 호텔스닷컴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 추석 연휴 여행 수요의 약 60%가 가족 및 단체여행으로 집계됐다. 이는 연간 평균치(35%)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명절을 가족과 함께 보내려는 전통적인 가치는 남아있지만, 장소가 여행지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같은 기간 커플 여행 수요는 65%, 나홀로 여행도 5%로 조사됐다.

귀향 대신 혼자서 명절을 보내는 이른바 ‘혼추족’도 늘고 있는 추세다. 1인가구가 증가하면서 이런 경향은 더 뚜렷해진 것으로 보인다. ‘2025 행정안전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1인 가구는 1012만 명으로 조사됐다. 2020년 900만 명을 돌파한 이후 2021년 946만 명, 2022년 972만 명, 2023년 993만 명으로 계속 늘었다. 2인 가구 현황에서도 2020년 540만 명에서 600만 명으로 증가하는 등 1~2인 가구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전북 지역의 1인 가구 비율은 전체(2229만 가구)의 36.1%(804만 가구)를 차지한다.

올해 추석 연휴 고향에 내려가지 않겠다는 직장인 이모(40)씨는 연휴 첫날은 전주에 거주하는 지인과 약속을 잡고 식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평소 보자고 하면서도 서로 바빠 ‘다음에 보자’며 미루기만 했던 지인을 명절 연휴에 편안한 마음으로 보게 돼 흡족하다고 했다. 연휴 때는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간편식으로 간단히 끼니를 해결하고 여유롭게 책을 읽거나 낮잠을 자는 등 느긋하게 시간을 보낼 계획이라고 했다. 이 씨는 “고향에 내려가도 가족들이 ‘언제 결혼할거냐’ 물어보시면 딱히 대답할 말도 없고 오히려 스트레스만 받는다”며 “연휴가 열흘이나 되는 만큼 이번 명절에는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가족의 형태가 개인화‧다양화되면서 유교문화의 약화와 차례‧제사의 영향력이 빠르게 축소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앞으로도 명절 연휴는 차례‧성묘 대신 여행이나 가족 모임, 휴식의 시간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했다.

전북대 고고문화인류학과 진명숙 교수는 “명절의 전통과 관행이 가부장적이고, 유교적 질서를 지키기 위해 이어져왔다면 이제는 가족의 형태가 다양하고 성평등에 대한 의식수준이 높아지면서 제사와 같은 의식행사가 줄어드는 추세”라며 “차례와 성묘 등 명절에 관행적으로 이루어지고 유지되어 왔던 것들이 가족 다양성 시대에 맞춰 계속해서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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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 parkeun9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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