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미끄러지면 끝, 학습 동기는 하락"…5등급제의 그림자

2025-06-11

올해 학교 현장에 도입된 5등급제 성적 평가가 오히려 학생들에게 부담을 안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위 등급의 폭이 좁고 한 번 떨어진 성적을 회복하기 어려워지면서 오히려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는 것이 현장 반응이다.

12일 경기신문 취재에 따르면 올해 고등학교 1학년부터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며 내신 등급은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완화됐다. 고교학점제 도입에 맞춰 내신 경쟁을 완화한다는 취지다.

현재 내신평가에 적용되고 있는 5등급제의 경우 기존 9등급제보다 등급 수는 줄였지만, 한 등급 안에 포함되는 학생 수가 늘어 등급 간 점수 폭이 넓어졌다.

절대평가 기반의 성취평가제를 도입해 '줄 세우기'를 완화하고 협력 중심의 수업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지만 내신 경쟁 완화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학생들의 반응이다.

수원의 한 고등학교 2학년 A군은 "지난해와 같은 점수를 받았어도 5등급제로 인해 등급 자체가 하락했다"며 "한번 떨어진 등급은 만회가 어려워 내신을 포기해야 하는 생각도 든다"고 토로했다.

5등급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건 교사들도 마찬가지다. 중상위권 학생들이 줄어든 등급 구조가 실질적인 성적 변별력을 잃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A군의 사례와 같이 '성적 만회가 가능하다'는 학습 동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원의 한 고등학교 교사 B씨는 "예전엔 다음 시험을 잘 보면 등급을 올릴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지만 5등급제에서는 등급 이동 자체가 어려워져 학생들이 '포기'에 가까운 심리를 보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부 학생과 학부모는 변별력이 부족한 내신 대신 생활기록부나 비교과 활동 등에 집중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생활기록부 기재에 대한 민감성도 커지고 교사 기록에 대한 민원이나 이의제기도 발생하고 있다.

특히 내신 경쟁을 포기하고 검정고시를 통해 수능 정시를 대비하는 학생이 늘어나며 지난해 고등학교 학업 중단 학생은 1만 8498명으로 4년 전 대비 2배 증가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교사들은 평가 방식의 방향성보다도 학생들의 학습 동기를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B씨는 "5등급제로 가는 방향 자체는 이해하지만 도입 첫 해 현장에서는 조금 다른 반응이 나오고 있다"며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동기를 줄 수 있는 평가제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박민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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