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골치아픈 우유 사정…"젖소 30만마리 도축해야" 파격제안 [세계한잔]

2024-10-18

세계한잔

※[세계한잔]은 우리 삶과 맞닿은 세계 곳곳의 뉴스를 에스프레소 한잔처럼, 진하게 우려내 한잔에 담는 중앙일보 국제팀의 온라인 연재물입니다.

"중국 낙농업 최대 위기다. 차라리 젖소 30만 마리를 도축해 우유 생산량을 크게 줄이자."

중국 낙농협회 부회장인 리성리(李勝利)가 최근 우한(武漢)에서 개최된 유제품협회 세미나에서 내놓은 파격 제안이다. 그는 지난달 국영 언론에도 기고문을 통해 소 30만 마리 도축을 촉구했다. 왜 이런 제안이 나왔을까. 외신들은 현재 중국이 우유 생산은 넘치는 데 소비는 부진해 중국 낙농업자들이 줄도산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2018년만 해도 중국 정부는 "건강한 국가와 국민에 없어선 안 될 것이 우유"라며 유제품 장려 운동을 벌였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는 자국산 우유를 더 많이 생산해서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식량 안보도 지키고 싶어했다"고 짚었다. 중국은 이를 위해 소를 사는 낙농업자들에게 보조금도 줬다.

이 덕에 소를 키우는 농가가 급증하고, 우유 생산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중국의 우유 자체 생산은 4200만t으로 내년 정부 목표(4100만t)를 이미 넘었다. 목표를 2년이나 먼저 달성한 것이다.

문제는 중국 내 우유 소비는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의 우유 소비는 2021년 1인당 14.4㎏에서 2022년 12.4㎏으로 오히려 줄었다. 중국인들은 연평균 1인당 40㎏의 유제품을 먹는데, 이는 세계 평균의 3분의 1 수준이다. 중국 소비자들이 유제품을 외면하면서, 낙농업자들은 넘쳐 나는 우유로 속앓이 중이다. 생산을 장려했던 정부 입장에선 난감한 상황이다.

외신 "멜라민 분유 파동에 평판 나빠"

중국의 골치 아픈 우유 문제는 중국인의 유제품 기피, 경기 침체·저출산 등이 겹친 탓이라고 이코노미스트·로이터통신 등은 전했다. 먼저 중국인이 유전적으로 유당 불내증(분해 효소가 없어 유제품 소화가 안 되는 증상)을 가진 경우가 많다고 매체들은 짚었다. 자연스레 유제품에 손이 안 간다는 것이다. 경기 침체로 지갑이 열리지 않고 있다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이코노미스트는 "버터·치즈 등은 중국에선 아직 생소한 고가의 먹거리"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출산율 감소로 영유아용 분유 수요가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의 출산율은 2017년 1000명당 12.43명에서 지난해 1000명당 6.39명으로 급감했다.

그렇다면 중국산을 외국으로 수출하는 건 어떨까.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유제품을 해외에 파는 건 힘든 일"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가축 사료의 대부분을 비싼 값을 주고 수입한다. 자연히 우유 생산에 비용이 많이 들고 수출 경쟁력은 떨어진다. 통상 중국의 우유 생산비용은 뉴질랜드의 2배에 이른다.

지난 2008년 중국에서 위험 화학물질인 멜라민이 첨가된 분유를 먹고 아기들이 숨진 사건도 수출의 걸림돌이다. 당시 중국 기업들이 단백질 함량을 속이려고 멜라민을 분유에 첨가한 사실이 밝혀져 파문이 컸다. 아기 6명이 목숨을 잃고, 30만 명이 피해를 봤다. 2020년에도 중국 후난(湖南)성에서 영유아들이 자국산 분유를 먹고 두개골이 기형적으로 커지는 사건이 터졌다.

금융업체 스톤X그룹의 유제품 분석가인 리이판은 로이터에 "중국은 분유를 수출하려 하지만, 멜라민 분유 스캔들 때문에 어렵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중국 정부가 식품 규정을 개선하는 등 노력하지만, 중국 소비자도 외국산 분유를 선호한다"고 전했다.

2021년 8월 이후 중국의 우유 가격은 28% 하락했다. 많은 중국 농가에서 우유 생산 비용이 판매가보다 높다. 팔수록 손해라는 뜻이다. 스톤X그룹의 루스 분석가는 로이터에 "중국 낙농업자 대부분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손실을 보고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결국 낙농업자들은 문을 닫거나, 젖소를 식용으로 판매 중인 상황이다. 그 결과, 낙농업 전문가가 "차라리 젖소 수라도 줄여서 우유 생산을 막자"는 제안이 나온 것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로이터는 "일반적으로 원유(가공되지 않은 우유) 유통기한은 18~24개월인데, 재고가 쌓이면 결국 버려진다"면서 "하지만 현재 중국 내에서 소진하기엔 재고가 너무 많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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