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을 탈환한 것을 계기로 전 세계에서 ‘에고노미(이기주의적 경제)’ 현상이 확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사설을 통해 “트럼프 당선 소식이 전해진 뒤 몇 시간 만에 독일 3당 연립정부가 붕괴했고 일본의 이시바 시게루 정권의 근간인 연립여당이 소수 여당으로 전락했다”며 “독선을 키우는 미국의 차기 정권이 국제 협력과 자유무역을 중시하는 국가들을 흔들 수 있다”며 우려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는 트럼프가 경합주를 휩쓸며 ‘완승’을 이뤄내고 행정·사법·입법부를 장악하면서 미국의 ‘에고노미’는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닛케이는 에고노미가 미국과 유럽 국가의 리더십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에고노미’는 유럽 최고 석학으로 불리는 자크 아탈리가 만든 말로 국가나 사회보다도 자신의 이익을 우선하는 것을 이른다. 재정 건전화나 지구온난화와 같은 미래 세대에게 영향을 미치는 장기적인 과제보다는 눈앞의 편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올해 선거를 치른 세계 각국의 리더들은 인플레이션과 생활고에 지친 시민층의 불안과 분노에 직면해 선거에서 크게 패했다. 닛케이는 “트럼프의 당선으로 에고노미는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며" “에고노미 현상은 점차 고착화될 뿐 아니라 이는 미국과 전 세계에 서서히 침투하고 있다”고 짚었다.
실제로 독일 사회민주당(SPD) 소속 올라프 숄츠 총리는 녹색당과 함께 3당 연립을 이룬 자유민주당(FDP)의 이탈로 ‘신호등 연정’이 무너졌고 조기 총선에서 당 내부에선 연임을 포기하라며 압박하고 있다. 대신 그 자리를 파고든 것은 극우 성향의 AfD다. 이들은 과격한 언어로 반이민을 내세우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젊은 층에 어필하고 있다.
선거 전문가인 타니구치 마사노리는 세계 선거의 흐름에 대해 “이성보다는 감정의 분출이 더 센 상태”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정치 자금 문제와 생활고에 대한 유권자들의 분노가 자민당과 공명당 연립여당을 소수 여당으로 만들었다. 이런 가운데 내년 1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 일본과 유럽은 에고노미 영향을 더욱 크게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닛케이는 “백악관과 상원, 하원을 모두 장악한 공화당은 완전한 트럼프당으로 탈바꿈했다”며 “준비가 부족했던 8년 전과 달리 주도면밀한 전략 끝에 탄생하는 2기 정권은 비정상적인 정책을 취하더라도 국민의 선택을 받은 정통 정치 체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프랑스의 국제 정치학자인 도미니크 모이지는 “지금의 미국은 1920년대 이탈리아, 1930년대의 독일에서 일어난 파시즘과 겹쳐 보인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