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앤코,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에 제대로 칼 뽑은 이유[이충희의 쓰리포인트]

2025-10-11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가 홍원식 전 남양유업(003920)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 재판이 재개되면서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립니다. 법원은 이달 16일 양측의 변론 속행을 결정했는데요. 업계에선 곧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홍 전 회장은 2021년 5월 한앤코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으나 해지를 선언한 뒤 약 33개월간 전례 없는 법적 분쟁을 벌였는데요. 그가 회사를 넘기지 않고 경영권을 행사하는 동안 남양유업에 막대한 손해가 발생했다는 게 한앤코의 주장입니다.

홍 전 회장의 당시 계약 파기가 부당했음은 지난해 초 대법원을 통해 확정 판결이 났습니다. 이에 앞서 홍 전 회장이 한앤코를 상대로 제기한 손배소에 대해서는 법원이 기각을 결정했고요. 검찰도 지난해 12월 홍 전 회장 등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했죠. 이런 여러가지 법적 판단들을 종합하면 이번에도 한앤코의 승소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① ‘오너 리스크’ 홍원식, 적자 중 급여 ‘셀프 인상’

남양유업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계속된 적자에 허덕였습니다. 경영권 매각을 촉발 시킨 불가리스 과장 광고 논란에 이어 창업주 외손녀 관련 구설 등 이른바 ‘오너 리스크’도 회사 실적을 악화시킨 배경으로 거론됐죠.

그러나 홍 전 회장은 이런 상황에서도 많은 급여를 챙겼습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그는 2021년과 2022년 16억 1900만 원, 2023년 17억 3200만 원을 받았습니다. 한앤코에 경영권을 넘기지 않겠다는 주장을 편 사이 급여로만 약 57억 원을 수령했네요.

스스로 자기 급여를 올리는 ‘셀프 인상’을 하기도 했습니다. 홍 전 회장은 2022년 말 기준 남양유업 최대주주(지분 51.68%)였으나 주주총회에서 이사 보수 한도를 50억 원으로 높이는 데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이는 이해충돌이자 위법이라는 지적이 있었는데요. 상법 제368조 3항은 “총회의 결의에 관해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자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홍 전 회장이 그 규정상 ‘특별한 이해관계자’에 해당한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홍 전 회장의 이 같은 셀프 인상 사건도 소송으로 번졌습니다. 올해 4월 대법원은 이것이 위법하다고 최종 판단한 바 있습니다.

②檢 “상장사를 '사금고' 만들었다”…소액주주도 피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지난해 12월 홍 전 회장 등을 약 261억 원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구속 기소 했습니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홍 전 회장의 수법은 다양했습니다. 도관업체 끼워 넣기, 현금 리베이트, 가장 급여 지급 후 돌려받기 등을 망라했다는 게 검찰의 주장입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홍 전 회장과 그 일가는 상장기업을 사(私)금고화해왔다”면서 “회사 전반에 도덕적 해이가 만연했으며 이로 인해 회사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하고 기업의 주식 가치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쳤다”고 밝혔습니다.

홍 전 회장의 가족들도 ‘도덕적 해이’에 합류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입니다. 검찰에 따르면 홍 전 회장의 배우자인 이운경 전 고문은 회사 자금으로 프랑스 최고급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 제품만 50여 차례 구매했다고 합니다. 해외여행 경비와 TV, 청소기 등 가전제품, 소파와 자전거 등 일상적인 생활용품 구매까지 회사 자금으로 처리한 것으로 수사됐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홍 전 회장의 ‘100평대’ 호화 집무실에서 15억 원에 달하는 현금 다발이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수사 당국은 홍 전 회장 측이 이 돈을 회사에서 횡령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본시장에서는 SPA를 이행하지 않은 사이 남양유업 소액 주주들도 피해를 봤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2021년 당시 남양유업 주가는 홍 전 회장의 지분 매각 발표(5월 27일) 이후 빠르게 올라 그해 7월 1일 7만 6000만원(액면분할 후 기준)까지 올랐습니다. 그러나 SPA가 지켜지지 않자 주가는 꾸준히 약세를 보였고 2022년 10월 최저 3만 55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③주인 바뀐 뒤 만년 적자 끊고 4분기 연속 흑자

대법원의 SPA 이행 최종 판결이 나온 뒤부터는 남양유업의 사정이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회사는 지난해 3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올해 2분기까지 4개 분기 연속으로 흑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도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만년 적자’ 고리를 드디어 끊어냈습니다. 한앤코가 이번 소송전에서 SPA 이행이 빠르게 됐을 경우 회사가 입는 손실이 매우 적었을 것이란 주장을 펼치는 이유입니다.

수사 등을 통해 다양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법조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홍 전 회장의 패소를 예상하는 기류가 매우 강합니다. 다만 배상 액수가 얼마나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데요. 홍 전 회장 측 변호인들도 배상액을 줄이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홍 전 회장은 한앤코의 주장이 가정일 뿐 실제 손해액이 이처럼 크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변론을 펼칩니다. 그의 주장에도 일리는 있습니다. 2021~2024년까지 유통업계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좋지 않았고 이것이 회사 실적 악화의 주된 원인이라고 설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소송은 M&A 계약 불이행과 이로 인해 기업이 입은 손해 책임을 다투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 받습니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비슷한 소송이 없었기에 첫 판례로 기록될 전망입니다. IB 업계와 법조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최종 결과에 시선이 쏠리는 배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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