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반사이익 기대지 않아”, 신속한 쇄신 실행해야
변화의 기회 놓치면 역풍…야권, 대여 공세 재점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어제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유죄 선고를 언급하면서 “‘너희(여당)는 더 나으냐’는 국민의 질문에 우리가 더 민생을 챙기고 국민 눈높이에 맞게 변화와 쇄신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사이익에 기대거나 오버(지나친 행동)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야당의 위기가 전세 역전의 기회라도 되듯 여당이 마냥 도취해 있어선 안 된다는 경각심을 환기한 것으로 보인다.
남은 건 변화·쇄신 약속을 얼마나 속도감 있게 실행에 옮길 수 있느냐다. 한 대표가 말한 대로 쇄신이 국민 기대에 부합해야 하는 것 또한 당연하다. 명태균씨 총선 개입 의혹과 야권의 거센 탄핵 공세로 위기에 내몰렸던 여권은 이 대표 사법 리스크 심화로 일단 한숨을 돌린 모양새다. 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공개 사과한 것과 맞물려 지지율이 꿈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제 공개된 리얼미터 조사(ARS)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23.7%로 일단 하락세는 멈췄다. 앞선 한국갤럽 조사(지난 15일, 전화면접)에선 3주 만에 10%대를 벗어났다. 특히 여권 지지 기반인 대구·경북에서 일주일 사이 14%포인트 오른 37%를 기록한 것은 여권으로선 고무적인 대목일 것이다.
그러나 지지율이 반등했다고 해도 미미한 수준이다. 부정평가가 여전히 70%를 웃돌고, 여당에 대한 민심의 반응도 싸늘하다. 그 깊은 불신의 골을 야권 위기에서 이득을 챙겨 메워보겠다는 심산이라면, 그 자체가 사실 코미디 같은 얘기다. 정부·여당에 대한 민심의 혹독한 평가는 이 대표 유죄 판결로 가려질 수 없는, 엄연한 별개의 사안이다.
1심 판단을 냉철하게 지켜본 국민은 시선을 곧 정부·여당으로 되돌려 공정의 잣대를 예외 없이 갖다 댈 수 있다. 명태균씨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는 불편부당하게 이뤄지는지, 여권이 외쳐 온 쇄신 약속은 언제 어떻게 이행되는지 하나하나 따져 묻게 될 터이다. 야권도 1심 판결의 충격을 어느 정도 추스르게 되면, 김건희 여사 문제를 탈출구 삼아 공세를 한층 강화하고 나올 게 뻔하다. 실제 주말 사이 1심 재판부를 겨냥해 맹공을 퍼붓던 민주당은 어제부터 “제1 야당 대표와 배우자는 2년이 넘게 수사·재판받고 있는데, 왜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느냐”(박찬대 원내대표)며 대여 공세의 고삐를 다시 죄고 있다.
국민 눈높이에 맞게 변화하고 쇄신하겠다는 한 대표의 말은 즉시 이행돼야 마땅하다. 대통령실도 윤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공언한 쇄신 약속을 신속하게 실천에 옮겨야 한다. 자칫 머뭇거리다가 변화의 기회를 놓친다면 곧바로 감당키 어려운 역풍이 불어닥칠 수 있음을 여권은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