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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집이가 도루 욕심이 많아요. 20개까지도 할 수 있어요. 꼭 기사에 넣어 주세요.”
대만 2차 캠프 출국 전 21일 인천공항에서 만난 NC 박민우는 이렇게 말했다. 젊은 선수들의 도루에 관해 이야기를 하다 나온 말이다. 박민우는 도루는 스피드로만 하는 게 아니라며 이렇게 말했다.
김휘집도 발이 빠른 선수는 아니다. KBO에서 4시즌을 뛰면서 통산 5도루가 전부다. 지난해 NC 이적 후 4도루를 했다. 나머지 1개는 데뷔 시즌에 했다. 그런 김휘집의 ‘도루 20개’는 어떻게 나온 말일까.
김휘집은 박민우의 ‘20도루’ 발언에 일단 손사래를 치며 “민우 형이 워낙 주루 센스가 좋으니까 캠프에서 많이 물어봤다. 이런 상황에서 좀 무리해서라도 뛰는 게 좋은지, 아니면 안전하게 가는 게 좋은지 등 헷갈리는 부분을 민우 형이나 다른 코치님들 의견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루 20개는 민우 형이 좀 장난스럽게 말한 것 같은데, 그래도 ‘너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하더라. 아무래도 제가 도루 욕심이 있는 줄 몰랐을 테니 좀 놀란 것 같다”고 말했다.
김휘집은 “그래도 (도루) 10개 정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평소 ‘뛰는 선수’들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고 했다. 도루 하나가 승부처 경기 흐름을 바꾸는 사례를 여러 차례 봐왔다. 자신도 정말 필요한 순간 한 번 쯤은 뛸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상대 배터리가 ‘김휘집도 뛸 수 있다’고 의식한다면, 타석에 선 팀 동료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고 벤치에서도 선택의 폭이 훨씬 넓어질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물론 구단이 자신에게 바라는 최우선순위가 도루가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김휘집은 “도루를 갑자기 우선순위로 두면 안 된다. 개인 욕심이 아니라, 정말 경기 분위기에 따라 분명 뛰어야 할 포인트가 있을 텐데, 그 포인트를 잘 찾아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감독님도 저한테 도루는 절대 기대 안 하신다”고 웃었다.
김휘집은 이날 선수들과 함께 미국 애리조나 투손 캠프 일정을 마치고 귀국해 곧장 대만으로 향했다. 투손 캠프에서는 ‘손목을 최대한 쓰지 않고’ 타격하는 연습을 많이 했다. 손목을 쓰지 않는 타격은 최근 야구의 트렌드다. 지난해 KIA 김도영이 그러한 타격으로 KBO리그를 폭격하면서 특히 화제가 됐다.
김휘집은 “사실 손목을 쓰는 것 자체가 나쁘다고는 생각 안 한다. 저도 손목을 써야 한다는 이미지를 그렸을 때 결과가 잘 나왔다. 다만 계속 그렇게 하다 보니 과도하게 손목을 쓰게 된 것 같다. 그래서 이제는 반대로 손목을 쓴다는 이미지를 좀 내려놓자고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투손에서 훈련을 이어가면서 변화는 일단 체감했다. 이제는 결과를 기다릴 따름이다. 김휘집은 “타구가 훨씬 더 부챗살로 나올 수 있을 것 같고, 타석에서 기복도 좀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오른쪽으로 좋은 타구만 더 많이 만들어도 성적이 더 좋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