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505명 중 46.9% ‘비상계엄 사태로 피해를 봤다’”(중소기업중앙회 조사)
“소상공인 1630명 중 88.4% ‘비상계엄 사태로 매출이 줄었다’”(소상공인연합회 조사)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정국으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자영업자들의 연말특수가 실종됐다. 특히 노래방·나이트·단란주점 등이 포함된 유흥업종 매출이 급감했다. 정부와 정치권 등에서 내수활성화를 위해 송년회를 권장했지만, 국민들이 차분한 연말을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신한·KB·삼성·현대카드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4개 카드사 합산 매출은 28조2045억원으로 전월 동기(28조7997억원)보다 약 2% 감소했다. 작년 동기(27조5155억원)와 비교해서는 소폭 증가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이달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정치적 상황이 불안정해지면서 지난달보다 소비가 주춤했다”며 “고물가가 지속한 영향으로 작년 동기보다는 소폭 사용액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종별로는 희비가 엇갈렸다.
비상계엄 여파로 연말 송년회·회식이 줄어들면서 음식점과 유흥업소 매출이 감소했지만, 백화점 등 유통 업종은 연말연시 선물 등 수요에 힘입어 매출이 소폭 늘어났다.
KB국민카드의 이달 20일까지 식당 및 식품 판매점 매출은 7110억원으로 전월(7405억원) 대비 약 4% 감소했다. 작년 동기(7167억원) 대비해서도 소폭 줄었다.
삼성카드의 일반음식점 매출은 5763억원으로 전년(6013억원), 전월(6010억원) 대비 각각 약 4.2%, 4.1% 감소했다. 노래방·나이트·단란주점 등이 포함된 유흥업종 매출은 200억원으로 작년(232억원) 대비 13.8% 급감했다. 전월(203억원) 대비해서도 소폭 줄었다.
반면 연말연시 유통업계 행사 등에 힘입어 같은 기간 KB국민카드 유통 매출은 2조5848억원으로, 작년(2조2921억원)보다 12.8% 늘었다. 신한카드 백화점 매출은 2088억원으로 작년보다 3.1%, 전월보다 4.7% 증가했다.
가뜩이나 가라앉은 내수(국내 소비)가 탄핵 정국을 맞아 꽁꽁 얼어붙었다. 연말 경기의 바로미터인 송년 소비가 쪼그라들면서다.
한국은행은 지난 24일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서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4로, 11월보다 12.3포인트(p) 떨어지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악화했다고 밝힌 바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16일 발표한 ‘소상공인·자영업자 피해 현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자 505명을 긴급 설문한 결과 46.9%가 “비상계엄 사태로 직간접 피해를 봤다”고 답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소상공인 1630명을 긴급 설문한 결과 88.4%가 “비상계엄 사태로 매출이 줄었다”고 답했다. 매출이 절반 이상 줄었다고 답한 경우도 36%에 달했다.
김현정 의원은 “최근 불법계엄과 탄핵으로 국민들의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특히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며 “금융당국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경감할 수 있는 금융 지원과 대출 구조 개선 등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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