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호텔업계는 올해 상반기 엔데믹에 따른 특수를 누렸지만 하반기부터는 티몬·위메프(티메프)의 미정산 사태부터 비상계엄, 제주항공 참사 등 연이어 대형 악재가 터지면서 타격을 입었다. 면세점 업계는 여행 트렌드의 변화와 맞물려 엔데믹에도 실적 회복에 실패했다. 내년에도 경기 침체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업계가 대책 마련을 고심하는 분위기다.
여행사들은 올해 엔데믹으로 여행 수요가 껑충 뛰면서 송출객이 급증했다.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면서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하지만 티메프 사태가 발생하면서 이 같은 기대도 물거품이 됐다. 티몬·위메프를 통해 패키지, 항공권 등을 판매했다가 돌려받지 못한 정산금이 하나투어 63억 원, 모두투어 50억 원으로 집계됐다. 미정산금을 실적에 반영하면서 하나투어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가량 줄었다. 같은 기간 모두투어는 44% 줄었다.
여행사들은 연말 연초, 겨울방학으로 여행 수요를 끌어올리는 반전을 기대했지만 고환율에 제주항공 참사까지 덮치면서 오히려 여행객 유치를 걱정하고 있다. 여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환율이 오를 때만 해도 기존 예약자들이 취소하는 비율은 낮았는데 제주항공 사고 이후에는 취소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며 “이러다가 아예 여행을 떠나려는 수요 자체가 꺼져버릴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호텔 업계도 마찬가지다. 엔데믹 후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빠르게 늘면서 올해 신규 호텔들이 전국 각지에 오픈했다. 3월 인천 영종도에는 동북아 최대 규모의 복합리조트인 모히건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가 문을 열었다. 미국 모히건사의 직접 투자를 통해 국내 조성된 최초 복합리조트다. 6월에는 반얀그룹이 속초에 레지던스 리조트 ‘카시아 속초’를 개관했다. 카시아 브랜드가 국내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또 신라스테이가 5월 제주 이호테우에 첫 번째 레저형 호텔 ‘신라스테이 플러스’를, 롯데호텔앤리조트가 라이프스타일 호텔 ‘L7 해운대(6월)’, ‘롯데호텔앤리조트 김해(10월)’를 개관했다.
하지만 이달 초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이후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호텔 업계도 위기를 맞았다. 일부 외국인 투숙객이 예약을 취소한 데 이어 정치적 불안이 내년에도 지속될 경우 내년 상반기도 투숙객을 확보하는 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면세업계는 엔데믹에도 줄곧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국내 주요 면세점의 매출은 2021년 17조 8333억 원에서 올해 11월까지 총 12조 1469억 원으로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고환율로 면세점의 가격 경쟁력이 크지 않은 데다 단체 관광객 대신 개별 여행객들이 다이소, 올리브영에서 쇼핑을 선호하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이에 신세계디에프, 롯데면세점은 희망퇴직을 실시하며 비용 절감에 나섰다. 면세 업계는 정부가 특허수수료율을 절반으로 낮추고 면세 주류 제한을 폐지하면서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