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차관, 프린스그룹 연루 의혹
농업장관도 ‘캄보디아 불법 사업 관여설’
범죄 조직, 접경 지역으로 옮겨가
아누틴 총리 “누구든 죄 있다면 처벌”

태국 고위 관료들이 캄보디아에 거점을 둔 초국가적 온라인 사기 조직과 연루됐다는 의혹이 연달아 제기되면서 정국이 혼란에 빠지고 있다.
22일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아누틴 찬위라꾼 태국 총리는 전날 보라팍 탄야원 재무부 차관에게 온라인 사기 조직 연루 의혹에 대해 서면으로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글로벌 탐사보도 매체 프로젝트브레이즌은 보라팍 차관의 부인이 범죄 조직에서 300만달러(약 43억원) 상당의 가상자산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방콕포스트는 보라팍 차관 측이 의혹을 부인했다고 전했으나 그는 이와 관련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보라팍 차관은 캄보디아 범죄 단지를 운영한 프린스그룹과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은 중국과 다른 나라 고위 관료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미국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타마낫 프롬파오 태국 부총리 겸 농업협동조합부 장관에 대해서도 범죄 조직 연루설이 제기됐다. 태국 야당 인민당 소속의 랑시만 롬 하원의원은 지난달 국회 연설에서 타마낫 장관이 캄보디아 온라인 사기 조직의 핵심 인물인 남아프리카공화국 사업가 벤저민 마우어버거와 가까운 관계라고 주장했다.
타마낫 장관은 범죄 조직 연루설에 대해 부인하면서 “정치 시작 전부터 여러 사업에 참여했으나 불법 사업에는 관여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거짓 의혹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타마낫 장관은 2023년 취임 당시 국가부패방지위원회에 자신과 배우자, 자녀의 자산을 총 10억4000만바트(약 454억원)로 신고했다. 육군 대위 출신인 그는 1993년 마약류인 헤로인을 호주로 밀수한 혐의로 현지에서 징역 6년형을 받았고 4년을 복역한 뒤 호주에서 추방됐다.
초국적 범죄 조직은 최근 캄보디아 당국이 단속을 강화하자 태국 접경 지역으로 근거지를 옮기고 있다. 한국 외교부는 태국 사께오, 찬타부리, 뜨랏 등 캄보디아 인접 지역에 대해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했다. 미얀마 내 거대 온라인 사기 단지인 KK단지 역시 태국 국경과 맞닿은 미야와디에 있다.
아누틴 총리는 전날 내각 인사들이 범죄 조직과 연루됐다는 의혹에 대해 “만약 누구든 죄가 있다면 법적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취재진에게 말했다. 그러면서 주태국 미국대사와 만나 초국가적 사기 범죄 대응에 대한 협력을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아누틴 총리는 온라인 사기 조직범죄를 소탕하기 위해 신설되는 국가사기방지위원회 위원장을 직접 맡을 계획이다. 앞서 범죄조직 연루설에 휘말린 보라팍 차관은 온라인 사기 관련 범죄 자금을 추적하는 태스크포스를 이끌 예정이었는데 논란이 일며 관련 업무에서 배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