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 소록도 아기사슴성당 [한국의 아름다운 성당 50선㉒]

2025-01-22

고흥반도의 끝자락인 녹동항 부둣가에 서면 600m 전방에 작은 사슴처럼 아름다운 섬 소록도가 보인다. 섬의 모양이 어린 사슴과 비슷하다고 하여 소록도라고 불린다. 섬이라지만 2009년 소록대교가 완공되어, 녹동항에서 소록도까지 차로 이동할 수 있다. 차를 타고 달리면 소록도, 거금도를 거쳐 오천항까지 갈 수 있다.

소록도 아기사슴성당은 고즈넉한 해안가에 다소곳한 모습으로 서 있다. 외관은 밝고 아름답다. 성당 안의 제대는 돔으로 되어 있는데, 천정의 스테인드글라스가 또한 아름답다. 감실을 지키고 있는 두 천사를 보니 성경 속의 지성소를 보는 듯하다. 지성소의 계약 궤를 지키고 있는 두 커룹처럼 보이고, 창으로 투영되는 스테인드글라스의 색 그림자가 무척이나 아름답다.

밖으로 나가면 묵주기도 길과 십자가의 길이 기도하기 좋도록 꾸며져 있다. 십자가의 길은 ‘중독자를 위한 십자가의 길’이라는 팻말이 붙여져 있다. 여러 가지 중독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중독에서 헤어나와 새 삶을 살아가기를 기도한다.

십자고상이 있는 작은 집이 보인다. 이 대형 십자고상은 1984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이 다녀가시며 선물로 주셨다고 한다.

소록도는 한센병 환자를 위한 국립소록도병원이 들어서 있는 섬으로 유명하다. 과거 한센병 환자들의 애환이 깃들어 있는 섬이지만, 현재는 700여 명의 환자가 애환을 딛고 사랑과 희망을 가꾸고 있다.

국립소록도병원은 1916년 설립된 소록도 자혜의원에서 시작되는데, 이 병원은 당시 조선 내의 유일한 한센병 전문의원이었다. 중앙공원 입구에는 일제강점기에 원장이 이곳에 수용된 한센병 환자들을 불법감금하고, 출소 날에는 예외 없이 강제로 정관수술을 시행했던 감금실과 검시실이 있다. 생활자료관에는 소록도병원의 역사와 환자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갖가지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소록도 중앙공원에는 일본식 정원이 조성되어 있다. 1936년 12월부터 3년 4개월 동안 연인원 6만여 명의 환자들이 강제 동원되어 19,834.8m²(6천 평) 규모로 조성되었다. 공원 곳곳에는 환자들의 아픔을 간직한 역사기념물이 보존되어 있다. 정원은 아름다웠지만, 마음이 아픈 곳이었다.

소록도 해변에 서 있는 한 그루의 나무가 그리움을 품고 육지를 바라보는 사람처럼 보였다. 한센병에 걸린 자신이 얼마나 한스럽고, 헤어져 있는 가족이 얼마나 그리웠을까. 학생 때 배웠던 한하운 시인의 보리피리, ‘전라도길’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이라는 시가 떠오른다. 한 맺힌 그의 삶을 시어에 담아 표현함으로써, 한센병이라는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아름다운 서정으로 극복한 작품이다.

1962년과 1966년 오스트리아의 그리스도왕 시녀회 소속의 마리안느와 마가렛이라는 두 명의 간호사가 이곳에 자원봉사를 오게 된다. 파란 눈의 두 천사는 온 청춘을 바쳐 소록도의 한센인들을 치료하고 봉사하다가 아무도 모르게 2005년 본국으로 돌아간다. 대장암을 앓던 마리안느와 마가렛은 짐이 되고 싶지 않아 본국으로 간다는 내용의 편지를 써놓고 떠났다. 43년간 소록도의 어머니로서의 봉사한 두 분을 기리며 녹동항에는 마리안느와 마가렛 기념공원과 연수원이 세워졌다.

주소 : 전라남도 고흥군 도양읍 소록선창길 55

전화 : 061-844-0528

주변 가 볼 만한 곳 : 녹동항, 거금도, 거금대교, 오천항

홍덕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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