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ES 2025, 최태원 회장 제외하고 주요 그룹 총수 불참
- 다보스포럼, 정기선 등 참석...주요 그룹 총수 모두 불참
...비용 1억원 대비 효과 적어...글로벌 불황 등도 영향
[녹색경제신문 = 박근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가 '경제 올림픽'이라 불리는 스위스 다보스 포럼(세계경제포럼·WEF)에 불참한다.
비용 대비 효과가 적다는 이유로 보인다. 또 최근 글로벌 경제 불황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대신 1대 1 만남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은 지난 7~10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 참석했다. 4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하다. 또 3년 연속 참석이다.
최태원 회장이 CES에 참석한 이유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고객사인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와 회동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젠슨 황 CEO는 6년 만에 CES를 찾아 기조연설 후 최태원 회장 등 파트너사 경영자들과 만났다.
최태원 회장은 젠슨 황 CEO와 만난 직후 "그동안은 SK하이닉스의 개발 속도가 엔비디아의 개발 속도보다 조금 뒤처져 있어서 상대편(엔비디아)의 요구가 더 빨리 개발해달라는 것이었는데 최근에는 (SK하이닉스의) 개발 속도가 엔비디아를 조금 넘고 있다 이런 정도의 표현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약간의 역전 형태가 일어나기 시작했다"며 "언제 가서 뒤집힐지 모르지만 헤드 투 헤드로 서로 개발 속도를 더 빨리하는 것을 하고 있다는 게 HBM에 나온 전체 얘기였다"고 덧붙였다.
최태원 회장의 CES 참석은 AI반도체 고객사 엔비디아 CEO 만남 이외에도 'AI 전도사'로서 최신 기술 트렌드 목적도 큰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CES에 참석한 주요 그룹 오너 일가로는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사장, 신유열 롯데지주 부사장, 구자은 LS 회장 등에 불과하다.
3년 연속 CES에 참여했던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을 비롯 여러 총수급 경영자가 불참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지난 2022년 CES에 로봇개 '스팟'과 함께 등장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상무 시절인 2007년부터 7년 연속 참석했지만 2013년 이후 불참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2013년 부장 시절 CES에 참석한 바 있지만 2018년 회장에 오른 후 CES에 불참 기조는 이어지고 있다.
CES에 총수들의 불참에 증가한 것은 글로벌 CEO 참석이 저조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격에 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다보스포럼 또한 올해는 주요 그룹 총수들이 모두 불참할 전망이다.
오는 20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막하는 올해 다보스포럼에는 4대 그룹 총수가 모두 불참한다.
올해 다보스포럼에 참석하는 재계 인사는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등에 불과하다.
지난 2023년 다보스포럼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이 총출동했던 것과 비교된다. 다만 당시는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특별 이벤트 성격도 있었다.
다보스포럼이 시들해진 이유에는 비용 대비 효과가 적다는데 있다는 분석이다. 대략 1억원 정도 비용이 드는데 실질적으로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는 것.
기업인들의 참가 비용은 연회비로 7만달러(약 8675만원)가 넘는다. 숙박료와 교통비는 별도이다. 다보스포럼 기간 호텔 방 1개의 1박 비용은 수천유로(수백만원)에 달한다. '부자들의 잔치'라는 비판이 나온다.
올해 비용은 더 많이 들 것으로 보인다. 다보스포럼 공식참가자인 기업 총수의 수행원들에게 주어지는 2등급 배지의 발급 비용이 100스위스프랑(약 15만8000원)에서 1000스위스프랑(약 158만원)으로 10배 가량 올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주요 국가 정상들도 불참을 선언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 취임식 이후 다보스포럼에 온라인으로 연설을 할 계획이다. 뵈르게 브렌데 WEF 총재는 14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을 통해 "트럼프 당선인이 오는 23일 다보스포럼에 디지털 방식으로 참여할 것"이라면서 "미국 새 정부의 정책적 우선 사항을 더 많이 알 수 있는 특별한 순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보스포럼 대신에 혁신경제를 주도하는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은 매년 여름 미국 아이다호에서 열리는 '선밸리 콘퍼런스'에 총집결한다.
이재용 회장은 작년 6월에 메타·아마존·퀄컴 등 미국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를 잇따라 만났다. 특히 미국 서부 팰로앨토에 위치한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의 자택으로 초청받아 단독 미팅을 갖기도 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과 만난 바 있다.
정의선 회장도 지난해 10월 경기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도요다 아키오 토요타자동차 회장을 공개적으로 만나 돈독한 관계를 과시했다.
주요 총수들은 1대 1 만남을 통해 긴밀한 관계 형성을 선호하는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 상황이 힘든 시기라는 점에서 총수들이 과도한 비용 지출은 조심하는 경향도 있다"며 "반면 단독 회동 등과 같이 격에 맞고 비즈니스 효과가 확실한 만남을 추구한다"고 전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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