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자산 300억 원 이상을 보유한 초고액자산가들이 개인이 아닌 ‘가문 단위’로 자산을 맡기기 시작하면서 증권사의 패밀리오피스(FO)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이들은 기관투자가급 유동성과 투자 니즈를 갖고 있으면서 주식·채권 등의 전통 자산뿐 아니라 대체투자와 사모형 맞춤 상품, 글로벌 자산 배분까지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높다.
20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삼성·한국투자·미래에셋·NH·KB 등 주요 증권사가 패밀리오피스 서비스를 운영 중이며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2020년 이후 5년 만에 관리 자산 규모는 100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됐다. 초고액자산가들의 전체 금융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1267조 원으로 같은 기간 국민연금 기금(1212조 원)을 넘을 정도다. 부동산 자산까지 포함하면 더 크게 웃도는 규모다. 전직 대형 증권사 패밀리오피스 담당 부사장 A 씨는 “증권사가 최고 실적을 내도 국민연금에서 받는 운용 수수료는 연간 40억 원 수준인데 이보다 많은 수수료를 내는 개인과 가문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패밀리오피스 고객의 대부분은 대기업 오너 일가, 정보기술(IT) 창업가, 중견·중소기업 매각을 마친 오너들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 증시 호조, 기업 매각으로 형성된 유동 자금이 패밀리오피스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외형이 커졌다. 여기에 고령화로 가업승계 수요가 증가하고 상속·증여세 등 세제 부담을 피하려는 움직임 속에 해외 투자 이민이 확대돼 해외 자산 관리 자문 수요도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