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AI판 국정자원 사태 막아야

2025-10-21

그래픽처리장치(GPU) 1만 5000장 이상을 동원할 초대형 인공지능(AI) 인프라 ‘국가AI컴퓨팅센터’ 구축 사업이 21일 사업자 공모를 마쳤다. 정부 AI 3강(G3) 전략의 한 축으로 품귀를 빚는 AI 연산 자원을 국내에 안정적으로 공급해 산업을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GPU 확보 못지않게 ‘재해복구(DR) 체계’가 중요한데 관련 대책이 아직 모호해 우려를 낳는다.

DR은 서버 이중화 등을 통해 재난 재해나 사이버 공격으로부터 정보기술(IT) 서비스 장애를 최소화하는 시스템이다. 2022년 카카오에 이어 지난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중요성이 거듭 강조되고 있다. 국가AI컴퓨팅센터 역시 DR을 제대로 갖추지 않는다면 대규모 AI 서비스 장애를 빚는 ‘AI판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사태’가 되풀이될 수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일반 데이터센터보다 DR 기준이 특히 까다롭다. GPU를 예비용까지 따로 확보하기에는 비싸고 구하기 힘든 탓에 서버 이중화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복구해야 할 데이터 양도 방대하다. 게다가 국내에서는 대기업들도 GPU 서버를 대규모로 운영해본 경험이 많지 않다. 반면 AI 확산으로 사고 시 파급효과는 커지고 있다. 정부 첫 AI 데이터센터 사업인 국가AI컴퓨팅센터부터 선제적이고 철저한 DR 기준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국가AI컴퓨팅센터 사업자를 뽑는 ‘기술성 및 정책 평가’에서 DR 비중은 크지 않다. 1000점 만점 중 백업 및 재해 복구 등 안정성 확보 방안은 30점짜리 ‘전체 시스템·네트워크 구성 방안’ 항목에서 포괄적으로 평가된다. 부지와 전력 관련 안정성 항목을 합쳐도 50점 정도라 DR 역량이 얼마나 변별력을 가질지 미지수다. 정부는 “DR 방안을 제시하도록 돼 있으나 이행 방식을 특정하지 않고 있다”고 할 뿐 구체적 지침도 부족하다.

정부가 최근 블랙록·오픈AI와 잇달아 AI 데이터센터 협력을 맺으며 ‘아시아·태평양 AI 허브’ 도약을 꾀하는 만큼 AI판 국정자원 사태를 특히 경계해야 한다. ‘IT 강국’ 자부심에 오점을 남긴 국정자원 사태가 AI 시대에도 반복된다면 정부가 대외적으로 추구하는 AI 강국 위상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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