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900광년 떨어진 ‘타이로스’ 분석
철, 나트륨, 수소 섞인 대기 고도별로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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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이 다른 3개의 포장지에 둘러싸인 것 같은 특이한 대기 구조를 지닌 외계행성이 확인됐다. 고도에 따라 각각 철, 나트륨, 수소를 품은 대기권이 지상을 겹겹이 감싸고 있다. 외계행성 대기권의 입체 구조가 관측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럽남방천문대(ESO) 소속 줄리아 빅토리아 세이델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18일(현지시간) 지구에서 900광년 떨어진 외계행성 ‘WASP-121b(타이로스)’의 대기권 구조를 규명했다고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렸다.
타이로스 대기권 구조는 3중으로 덮인 포장지를 연상케 한다. 지표면과 가장 가까운 고도에서는 철, 중간 고도에서는 나트륨, 가장 높은 고도에서는 수소가 다량 섞인 대기가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물질들은 강력한 바람을 타고 끊임없이 타이로스 주변을 회전하고 있다.
태양계 밖 외계행성 대기권 구조가 3차원으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진은 최고 성능 망원경 가운데 하나인 칠레 아타카마 사막 소재의 ‘초거대망원경(VLT)’을 활용했다.
VLT에는 구경이 8.2m에 이르는 망원경 4대가 설치돼 있는데 이를 총동원해 희미한 외계행성의 빛을 최대한 모았다. 그리고 이 빛을 VLT에 장착된 고성능 분광기인 ‘에스프레소’에 집어넣었다.
그러자 타이로스 대기권에 고도별로 모인 각각의 화학 원소가 감지된 것이다. 외계행성에 대한 이 같은 정밀 관측은 크고 무거운 장비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구 밖에 떠 있는 우주망원경으로는 수행하기 어렵다.
연구진은 타이로스의 적도 주변에서는 유독 빠른 바람인 제트기류가 불고 있으며, 대기 하층부에서는 고온 지역에서 저온 지역으로 또 다른 바람이 불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대기 흐름이 복합적이라는 뜻이다. 연구진은 “타이로스의 바람에 비한다면 강력한 허리케인도 고요한 움직임일 뿐”이라고 밝혔다.
타이로스는 태양계 행성인 목성과 비교하면 질량은 1.16배, 반지름은 1.75배 크다. 중량이나 덩치는 목성과 비슷하다. 반면 온도는 크게 다르다. 목성은 영하 148도, 타이로스는 영상 2300도다.
연구진은 “이렇게 먼 우주에 떠 있는 외계행성의 대기권을 연구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 놀랍다”며 “추가 연구를 통해 더 놀라운 정보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