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회장, 최근 횡령·배임 혐의 검찰 송치...구속영장 기각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서른일곱 개 시민·노동 단체가 사법부가 태광그룹을 비호하고 있다며, 이호진 전 회장의 구속 수사를 촉구했다. 도주와 증거 인멸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 특별사면 2개월 만에 비리 혐의로 수사 선상 올라
30일 태광그룹혁신연대, 참여연대 등 37개 시민단체와 박주민,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태광그룹 비호하는 검찰 규탄과 이호진 전 회장에 대한 엄정 처벌 및 구속 수사 촉구 회견'을 열었다.
시민·노동 단체는 "(이 전 회장의) 상습적 범죄 행위가 드러났고, 조직적인 증거 인멸의 전적이 임직원들을 통해 확인되었으며, 8년에 가까운 황제보석으로 도주의 위험까지 명백히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박주민 의원은 "윤석열 정부에서 '경제 살리기'라는 미명으로 특별사면으로 복권이 이루어진 직후 불과 2개월 만에 같은 혐의로 수사 당국에 압수수색을 받는 등 비리 혐의로 수사 받았다"고 지적했다.
계열사를 동원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이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지난 5월 기각됐다. 2021년 만기 출소한 이 전 회장은 지난해 광복절 특별사면에서 복권됐지만 비자금 조성 의혹 등으로 다시 경찰 수사 선상에 올랐다.
이 전 회장은 태광 CC가 골프 연습장 공사비 8억 6000만 원을 대납하도록 한 혐의와 계열사 법인카드 8000여만 원을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 정·관계 고위직 4300명 골프 로비...'태광 카르텔'
대기업 총수에 대한 사법부의 비호가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시민·노동사회 관계자는 "검찰이 김치·와인 사익편취에 대한 대법원 파기환송까지 무시하고 이 전 회장의 기소를 미루고 있다"며 "황제보석 사례에서 보듯이 노동 시민사회가 태광그룹 관련해 수년간이나 폭로한 내용 중에 허위 사실이 단 하나도 없었지만 검찰은 고발인 조사조차 안 하고 무혐의 처리를 했다"고 말했다.
'김치·와인 강매 사건'은 2019년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와 검찰 고발로 세간에 알려졌다. 공정위는 태광그룹 소속 19개 계열사가 이 전 회장 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로부터 김치와 와인을 고가에 구매해 이 전 회장 일가에 33억 원이 넘는 부당이익을 줬다고 보고 이 전 회장과 19개 계열사 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시민·노동 단체는 '김치·와인 강매 사건'을 두고 대법원이 이 전 회장이 직접 지시하고 개입해 관여했음을 인정하며 지난 9월 파기환송 했지만 검찰이 재기소를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형철 태광바로잡기공투본 대표는 "다수 범죄 혐의의 금액만 2000억 원이 넘고, 대법원까지 파기환송한 비리 재벌인 태광그룹 총수에 대한 검찰의 비호가 도를 넘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관계 고위직 4300명 골프 로비 등 전관예우 법조계에 은밀히 퍼진 '태광 카르텔'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에 따르면 2018년 11월 전직 검찰총장 등 정·관계 고위층 4300명의 태광그룹이 골프 접대를 받았다는 내용이 담긴 로비 리스트가 폭로됐지만 검찰은 무혐의 종결했다.
앞서 이 전 회장은 421억 원을 횡령하고 법인세 9억 3000여만 원을 포탈한 혐의 등으로 2011년 구속기소됐다. 이후 간암 치료 등 건강상 이유 등으로 7년 넘게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았다.
이 기간 떡볶이를 먹고 음주는 하는 모습 등이 발각돼 '황제 보석'이란 비판을 받았다. 그는 논란 끝에 2018년 말 보석 취소로 재구속됐고 이듬해 징역 3년 형을 확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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