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미시간에 본사를 둔 자동차 부품업체 퍼스트브랜즈가 지난 9월 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트리코 와이퍼, 프램 오일필터 등 다양한 자동차 부품 및 용품 브랜드를 보유해 미국 소비자에게 익숙한 기업이다. 2010년대 중반 이후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우며, 연 매출 약 50억 달러(약 7조원)에 이르는 대기업으로 성장해왔다.
그런 성장의 이면에는 과도한 부채 의존이 있었다. 2014년 이후 수십 개의 자동차 부품 회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자금의 상당 부분을 사모대출(private credit)을 통해 조달했다. 사모대출은 은행이 아닌 사모펀드나 자산운용사로부터 직접 자금을 빌리는 방식으로, 기업 입장에서는 절차가 빠르고 조건이 유연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심사와 담보 관리가 느슨해질 수 있는 구조적 한계도 가지고 있다.

이번 파산의 원인도 단순한 부채 과다를 넘어, 담보 관리의 붕괴에 있었다. 예를 들어 매출채권(미수금)이나 재고를 담보로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동일한 자산을 여러 채권자에게 중복으로 제공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실제로 총부채는 약 116억 달러(16조원)로 알려졌으나, 회계 장부에 기재되지 않은 이른바 ‘부외부채’도 약 23억 달러(약 3조2000억원)에 달한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미국 법무부가 사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에 착수한 이유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이유는 사모대출 시장의 불투명성 때문이다. 사모대출은 비공개로 이루어지는 거래가 많고, 은행권처럼 세부 명세를 규제당국이나 공시를 통해 드러낼 의무가 거의 없다. 그 결과, 여러 대주주가 동일한 담보를 잡고도 서로 그 사실을 알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미국 주요 언론들이 이번 사태를 두고 “사모대출 시장의 구조적 리스크가 드러난 사건”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이미 약 2조 달러(약 2800조원)를 넘어선 글로벌 사모대출 시장에서 대출 심사와 담보 관리의 구조적 불투명성이 누적된다면 금융 시스템 전반의 리스크로 번질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파산으로 인해 제프리스, UBS 등 주요 금융기관에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파산은 단순한 개별 기업의 실패라기보다 사모대출 시장의 과열에 대한 경고로 봐야 한다. 영국과 호주 등에서 매출채권이나 재고 등을 기반으로 공격적인 대출을 실행하다 2021년 파산하며 시장에 큰 충격을 준 영국의 그린실 사례가 자주 언급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모대출이 가진 긍정적 역할을 고려할 때, 이번 사태는 내부 통제 강화와 시장 투명성 제고를 위한 제도적 대안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