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향하는 국제 구호선단 ‘글로벌 수무드 함대’에 탑승했다가 이스라엘군에 구금됐던 말레이시아 활동가들이 이스라엘 당국에 인권 침해를 당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스라엘 당국이 종교적 신념을 상징하는 히잡을 빼앗고 식수 및 식량을 충분히 제공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8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에 붙잡혔던 말레이시아 활동가 23명이 전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고 전했다.

지난 8월 가자지구에 식량과 의약품을 전달하기 위해 출항한 수무드 함대는 지난 1일 이스라엘 국제 해역에서 나포됐다.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등 500여명의 활동가가 탑승한 이 선단에는 말레이시아 활동가 34명도 승선했다. 이들 가운데 이스라엘군에 구금된 23명은 지난 4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을 거쳐 전날 본국으로 돌아왔다.
구금됐던 SNS 인플루언서 파라 리는 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스라엘군은) 우리의 히잡을 빼앗았고 우리는 머리를 덮지 못한 채 모욕당했다”며 “종교와 신념을 실천할 권리가 더럽혀졌다”고 말했다. 그는 귀국길에 티셔츠로 만든 히잡을 임시방편으로 착용했다고 했다.
말레이시아 가수 겸 배우 헬리자 헬미 역시 지난 4일 아나돌루통신과 인터뷰에서 “(구금기간 중) 3일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해 변기 물만 마셨다”고 말하기도 했다.
공항에서 석방된 활동가들을 맞이한 모하마드 하산 말레이시아 외교장관은 “이스라엘이 아닌 가자지구로 가려고 한 이들이 시오니스트 정권(이스라엘)의 군대에 붙잡혀 구금됐다”고 밝혔다. 이어 자국민 석방을 도운 튀르키예 정부에 감사를 표했다.
이스라엘 외교부는 인권 침해를 부인하고 있다. 이스라엘 외교부는 로이터통신에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막지 않았다”며 구금자에게 음식, 물, 화장실 등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은 지난 3일 구금된 활동가들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한 바 있다.
한편 이날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로 가는 구호선단 ‘천 개의 매들린호’과 ‘컨션스호’ 등 11척을 추가로 나포해 말레이시아 활동가 9명이 또다시 억류됐다.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는 엑스에 “인도주의 구호선을 구금하는 행위는 인권과 보편적 인간 존엄성의 기본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모든 말레이시아인 활동가와 자원봉사자들이 즉시 석방되고 억류 중 어떤 피해도 보지 않기를 요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