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소재부터 로봇까지 미래 기술 키운다" 삼성전자 C랩 스타트업 데모데이

2025-11-21

[비즈한국] ‘​소프엔티’​는 PFAS(과불화화합물·피파스)가 없는 신소재 나노멤브레인을 제조·공급하는 스타트업이다. 인공적으로 만든 유기 불소 화학물을 통칭하는 PFAS​는 자연 상태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고 몸 안에 쌓여 ‘좀비 화학물질’로 악명 높다. 전면적 사용 제한을 추진하는 유럽연합(EU)을 필두로 내년부터 각국의 규제가 본격화해 ‘PFAS-Free’에 대한 산업계 수요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하지만 PFAS​는 ​열에 강하고 물과 기름에 쉽게 오염되지 않는 특성 때문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 필수적이다. 아웃도어 고어텍스, 프라이팬, 페인트, 복사기에도 쓰이는 등 우리 일상과도 밀접하다. 소프엔티가 만든 나노멤브레인 복합소재 ‘비블로텍’은 산업 현장에서 널리 사용되는 피파스의 자리를 대체하기 위해 고안됐다. 나노섬유를 그물구조로 전기 가공해 내외부의 압력 평형 조절이 가능하고 미세먼지 혹은 물의 침투를 방지할 수 있다.

스마트폰과 이어폰 등에서 작은 통풍구 역할을 하는 부품 ‘벤트’에도 비블로텍이 활용될 수 있다. 벤트는 외부의 먼지나 수분은 막아내면서도 공기와 소리의 통로가 돼야 한다. ​소프엔티는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과 버즈 이어폰의 벤트에 자사 신소재를 적용할 수 있을지 삼성전자와 타당성 검토(feasibility test)를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C랩 아웃사이드’ 7기 스타트업 중 하나로 선정된 덕분이다.

장소영 소프엔티 프로는 “제품 개발을 시작할 때는 벤트 분야에서 정확히 어떤 물성이 요구되는지를 파악하기 어려웠다”며 “삼성전자와 직접 소통하면서 집중해야 하는 특성이 더욱 명확해졌고 개발 속도도 빨라졌다”고 말했다.

#매년 혁신 스타트업 발굴해 성장 지원, 8기 선정 작업 중

삼성전자가 육성한 C랩 아웃사이드 7기 스타트업들이 약 1년간의 활동 경과와 사업성과를 공개했다. 20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울 R&D캠퍼스에서 열린 ‘2025 C랩 스타트업 데모데이’에는 7기 30개 스타트업과 5개 졸업사가 참가했다. C랩 아웃사이드는 삼성전자가 2018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외부 스타트업 발굴 육성 사업이다. 이번 행사는 각 사의 연구·개발 과정을 공유하고 투자 유치와 사업 협력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마련됐다.

현장에는 7기 30개사의 부스가 마련돼 각 사가 자사 기술과 솔루션을 선보였다. 로봇 센서 전문 ‘​에이딘로보틱스’​는 로봇의 끝단 ‘촉각 센서’를 개발한다. 사람처럼 복잡하고 동적인 환경에서 비정형 물체를 다루기 위해서는 감각 기술이 중요하다. 만약 휴머노이드 로봇이 ‘걸레질’을 한다면 이때도 손목의 힘 센서가 작동해야 한다.

김용범 에이딘로보틱스 연구소장(CTO)은 “지금은 로봇이 ‘눈’밖에 없는 상태다. ‘잡았다’라는 감각은 손끝에서 나오기 때문에 촉각 센서가 반드시 필요하다. 손목, 발목 등 다른 관절도 마찬가지”라며 “가볍고 섬세한 작업 비중이 높은 휴머노이드와 상대적으로 무거운 물체를 취급하는 일반 제조 공정에서 모두 중요하다. 현재 15개국 400여 개 기관에 센서를 수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휴머노이드 시대 필수 감각 ‘촉각 센서’…삼성·두산 로봇 속으로

2019년 성균관대학교에서 박사 10명과 교수가 함께 창업한 에이딘로보틱스는 최근 두산로보틱스와 업무협약(MOU)를 맺고 표준화된 양팔형 로봇 휴머노이드 플랫폼을 개발, 자율 작업이 가능한 피지컬 AI 모델을 구현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와도 활발하게 협업하고 있다. 현재 연마(폴리싱) 작업에 에이딘의 센서가 활용되고, 삼성전자 자회사 레인보우로보틱스와도 메인 보드에 들어가는 부품 공급과 어플리케이션 영역에서 협업을 진행 중이다.

에이딘로보틱스는 C랩 컨설팅 프로그램을 통해 생산 프로세스를 확대하고 공정 라인을 효율화했다. 삼성전자 공장에 필요한 센서를 자체 개발하고 현재 공정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김 CTO는 “실제 현장에서는 먼지나 습기, 온도, 진동 등이 발생한다. C랩을 계기로 이 같은 조건을 보완하는 알고리즘도 새로 개발하는 등 경쟁 기업보다 환경성에서 월등한 센서를 만들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C랩 아웃사이드는 소재부품과 AI·로봇 등 삼성전자의 핵심 사업 연관 분야 외에 모빌리티, 디지털헬스, ESG, IoT 등도 포괄한다. 친환경 정수 플랜트 업체 ‘​지오그리드’​는 ‘빌딩 오아시스’를 표방한다. 이들이 선보인 건물 배관 정수 서비스 ‘블로스’는 정수기의 노즐이 아니라 건물 전체 수도배관에서 이물질 등을 제거·살균하는 이온화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국내 50년 된 아파트에 설치한 뒤 3주 만에 녹물 문제가 해결되는 등 물이 건물에 들어오는 순간 깨끗해지고 수도꼭지로 배출될 때까지 유지된다는 설명이다. 최근 학교 급식시설 등 공공시설에도 접목됐고, 내년에는 방글라데시 등 해외에서도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기현 지오그리드 대표는 “지난달부터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우리 솔루션이 적용됐다. 지하수를 재활용하면 비용은 줄고 충분한 물을 확보할 수 있다”며 “음용수 이후 단계는 생활이다. 설거지, 빨래, 청소에 쓰이는 모든 물이 관리돼야 한다. 신규 아파트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C랩 아웃사이드는 삼성전자를 넘어 그룹 차원의 사업 역량 확대에서도 시너지를 내고 있다. 신원 인증 솔루션 기업 ‘​호패’​는 삼성월렛과 보안 칩 분야에서 보안 생태계 강화를 위해 논의하고 있고, AI 기반 시각 보조앱 ‘설리번 플러스’를 개발한 ‘​투아트’​​는 삼성전자 가전제품에 QR 인식 기능을 접목해 시각 장애인과 노인 등 사용자의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해 말 선정된 7기 스타트업 30개사는 프로그램 기간 동안 총 218명의 신규 인력을 채용해 청년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고, 총 345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삼성전자 아웃사이드는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인 ‘C랩 인사이드’를 외부로 확장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성장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현재 8기 선발 막바지 작업 중으로, AI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삼성전자의 고민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박승희 삼성전자 CR담당 사장은 “기술 패러다임이 바뀌고 글로벌 기술 패권이 심화되는 AI 경쟁 시대에 한국 경제가 다시 한번 도약하기 위해서는 혁신 생태계의 한 축을 담당하는 탄탄한 스타트업의 육성이 무엇보다 소중하다”며 “C랩은 앞으로도 협력과 투자를 통해 스타트업들에게 지속적인 성장의 발판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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