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위, 전 녹두출판 신형식씨에게 국가는 공식사과해야

제주4·3의 실상을 폭로한 시(詩)를 발간한 혐의로 불법 구금됐던 전 녹두출판사 편집장 신형식씨(65)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로부터 인권침해를 인정받았다.
진실화해위는 지난 23일 108차 전체위원회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불법구금 등 인권침해 사건 피해자 신씨에 대해 진실규명(피해 확인) 결정을 내리고, 국가의 공식사과와 피해 및 명예회복을 위한 조치를 권고했다.
신씨는 1987년 4월 녹두출판사 전무 겸 편집장으로 재직하던 중 치안본부 대공 수사관들에 의해 불온서적을 제작·판매했다는 혐의로 연행됐다.
신씨는 1987년 3월 사회과학전문지 ‘녹두서평’ 창간호에 이산하 시인의 장편서사시 ‘한라산’을 실었다.
‘한라산’은 제주4·3사건의 양민 학살을 폭로해 한국사회에 충격을 준 작품이었다.
당시 내무부 치안본부는 장편 서사시 한라산이 ‘제주4·3 폭동을 의거로 미화시켰다’며 이산하 시인을 수배하고 녹두출판사 대표인 김영호 현 통일부장관과 전무 신형식을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했다.
김영호 장관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과 자격정지 3년형을, 신씨는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 자격정지 2년형을 선고받았다. 도피했던 이산하 시인은 같은 해 11월 검거돼 징역 1년6개월, 자격정지 1년을 받았다.
진실화해위 조사 결과, 신씨는 1987년 4월 25일 치안본부 수사관들에 의해 검거된 뒤 구속영장이 발부·집행된 같은 해 4월 28일까지 불법 구금된 후 가혹행위를 당하면서 허위자백을 강요받았다.
진실화해위는 수사 과정에서 위법행위는 신체의 자유를 제한한 중대한 인권침해일 뿐만 아니라 직권남용 및 불법체포, 불법감금에 해당돼 형사소송법 상 재심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한편, 시인 이산하(66·본명 이상백)는 1987년 제주4·3의 비극적 진실을 담은 서사시 ‘한라산’을 발표한 일로 붙잡힌 후 혹독한 고문을 당하고 1년 남짓 옥살이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