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야구가 모두 끝이났고, 비활동기간을 앞두고 각 구단들은 ‘마무리 캠프’에 돌입했다. 이번 마무리 캠프의 키워드는 너도나도 ‘강한 훈련’이다. LG도 마무리 캠프 ‘강훈’을 천명했고, 롯데 역시 국내 캠프를 마무리하고 서둘러 미야자키 캠프를 꾸렸다. “훈련 강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는 설명이 붙었다.
마무리 캠프 훈련 시간도 과거 ‘지옥 훈련’을 떠올리게 한다. 창원에서 캠프를 진행 중인 NC 이호준 감독은 최근 전화 인터뷰에서 “아침 7시30분 훈련이 시작된다. 그런데, 그 전부터 와서 준비하는 선수들이 많다”고 말했다. 가고시마에 마무리 캠프를 꾸린 SSG 역시 ‘얼리 훈련’이 오전 8시에 시작된다. 새벽, 오전, 오후 훈련에 이어 야간 훈련도 이어진다.
물론 과거의 ‘정신 무장’에 가까운 맹목적 훈련량과는 사뭇 다르다. 트레이너들이 프로그램과 훈련량을 세밀하게 조절한다. 오전 훈련까지 수비 훈련 등 단체 훈련을 마치고, 나머지는 개인별 맞춤 훈련이다.
이번 겨울 ‘강한 훈련’이 강조되고 트렌드화 되는 것은 젊은 선수들의 육성 가성비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1999년생 언저리를 중심으로 이른바 ‘베이징 키즈’가 구단에 입단하기 시작했다. 베이징 올림픽과 WBC 등으로 커진 야구 인기를 발판으로 야구를 시작하고, 성장한 선수들이다. 과거에 비해 더 많은 재능이 야구를 향했고, 그만큼 성장 가능성 높은 선수들이 구단들 팜에 쌓이기 시작했다.
2024시즌 한국시리즈 우승팀 KIA와 준우승팀 삼성은 젊은 선수들의 성장과 함께 팀의 뎁스가 부쩍 강해졌다. KIA는 리그 최고 타자로 성장한 김도영과 불펜에서 핵심 역할을 한 곽도규 등이 팀의 새 전력으로 합류하면서 확실히 강해졌다. 삼성은 3~4년차 젊은 선수들이 아예 팀의 핵심 전력이 됐다.
야구를 할 수 있는 재능에, 기술이 더해지면 성장 속도가 빠르다. 최근 이어지는 유망주 마무리 캠프의 ‘강훈’은 이들의 성장을 가속시키기 위한 노력이다. 학교 운동부의 트렌드 변화에 따라 실전 경기 숫자가 줄었고 이는 재능 대비 경기 운영 능력의 감소로 이어졌다. ‘유튜브’와 ‘사설 아카데미’ 위주의 개인 기술훈련 역시 야구 경기 중 발생하는 상황에 대한 적응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일본에 캠프를 차린 구단의 한 코치는 “기본기가 부족해 보이는 것은 실제 야구의 기본 자세가 틀렸다기 보다는 경기 중 벌어지는 여러가지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라며 “캠프에서 여러가지 상황에 대처하고,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을 중심으로 강한 훈련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재능을 기본으로 갖춘 선수들이 늘어나면서, 육성이 비교적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 KIA는 드라이브 라인 등 해외의 유명 야구 교습 시스템을 활용해 투수들을 끌어올렸다. 과거와 달리 최근 유망주들은 변화에 대한 습득이 매우 빠르다. 이 역시 육성의 가성비를 높이는 요소다.
구단들이 외부 영입 보다 내부 육성에 집중하면서 예상밖 외부효과가 벌어지고 있다. 유망주의 가성비가 높기 때문에 베테랑 중급 FA에 대한 수요가 급감할 수밖에 없다.
한화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발빠르게 내야수 심우준(29)과 우완 선발 엄상백(28)을 영입했다. 둘 모두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보기 드문 20대 FA다.
FA 두 명이 빠진 KT가 서둘러 허경민(34)과 계약했는데, 30대 중반 FA 영입은 최근 육성 흐름과는 궤를 좀 달리한다. 두 명의 공백을 메워야 할 필요성과 함께 KT가 이강철 감독 체제 하에서 베테랑 위주의 팀 운영을 한다는 점이 고려돼야 한다.
허경민은 두산에서 보장된 3년 20억원 대신, 4년 40억원에 계약했다. 옵션 6억원을 빼면 보장금액은 4년 34억원으로 줄어든다. 허경민의 +WRC 122.0이 국내 선수 중 리그 13위, KIA 외인 소크라테스(121.2) 보다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나이가 고려된 금액이라고 할 수 있다.
30대 중반의 FA 계약은 리그 최고 수준의 선수가 아니라면 가치가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스토브리그 초반 한화가 빠르게 움직이며 계약이 이뤄졌지만 나머지 야수 계약은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