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에어비앤비 등 공유 숙박을 내국인에게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국내 관광산업 활성화가 명분이지만, 영세 숙박업체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유럽 국가들은 임대료 상승을 막기 위해 에어비앤비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서울 영등포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회관에서 민관 합동으로 첫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내국인 공유 숙박 제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한경협이 정부에 국내 관광 활성화를 위한 33가지 정책을 제안한 데 따른 것이다.
현행법상 국내 공유 숙박은 원칙적으로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영업할 수 있다. 다만 서울과 부산에서는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를 통해 내국인 공유 숙박을 임시로 허용하고 있다. 정부는 관광진흥법을 개정헤 내국인 공유 숙박을 허용할 법적 근거를 마련할 방침이다. 공유 숙박이 도입된 전 세계 220개국에서 조건부 허용을 제외하고 내국인 공유 숙박을 원칙적으로 막은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정부가 그간 신중했던 이유는 임대료 상승 등 우려 때문이다. 진장익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가 2021년 발표한 ‘공유경제의 부정적 측면 : 에어비앤비와 주택 임대료의 관계’ 논문을 보면, 에어비앤비 등록 주택이 1㎢당 100개 늘어날 때 주택 임대료는 약 0.4%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대주택이 단기 임대로 전환되면서 공급이 줄어든 결과다.
유럽 주요 도시는 임대료 상승 부작용을 막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2028년까지 현재 단기 임대용으로 허가한 1만여개 아파트 사업 면허를 철폐하기로 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연간 30일 임대 제한 제도를 도입했다. 독일 베를린은 2014년 에어비앤비의 단기 임대를 전면 금지했다가 2018년부터 연간 30일 임대 제한 등 엄격한 조건을 붙여 재허용했다.
영세 숙박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김진우 대한숙박업중앙회 사무총장은 “지금도 에어비앤비에 미신고 불법 숙박업소들이 많은데 제대로 단속이 안 되고 있다”며 “가뜩이나 불경기인 상황에서 내국인에게 에어비앤비를 허용하면 관광호텔·펜션 등 중저가 숙박업계는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영세 숙박업자들은 대형 플랫폼 진출로 생존을 걱정하지만, 오히려 플랫폼을 통해 공유 숙박이 활성화될 수 있는 측면도 있다”며 “영세 자영업자의 이해관계를 잘 조율하면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