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사업 부정 여론 압도적…빅데이터로 분석한 지방자치 현주소

2025-10-02

서울시 신혼부부 위한 ‘미리내집’

입주자 모집 경쟁률 매번 높았지만

온라인 여론은 부정적 언급이 과반

다른 지자체 사업도 대부분 부정적

각 지역의 사정을 잘 아는 인물보다

중앙정치인들 부임하는 악습 반복

국민들 실망감이 SNS서 표출된 듯

단순히 ‘정치혐오’로만 봐서는 안 돼

서울시가 신혼부부 주거 문제 해결 및 출생률 제고 방안으로 2023년 말부터 내놓은 ‘미리내집’(장기전세주택Ⅱ)의 반응은 뜨거웠다. 미리내집은 신혼부부 또는 예비신혼부부라면 누구나 재건축·재개발 신축 아파트에 최장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는 장기전세주택이다. 기존 장기전세주택과 달리 입주 후 자녀를 2명 이상 출산하면 20년 거주가 끝나는 시점에 우선매수청구권도 행사할 수 있다.

입주자 모집을 할 때마다 매번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는 9월부터 ‘미리내집’ 공급 유형을 기존 아파트에서 비아파트까지 확대했다.

막상 ‘미리내집’에 대한 온라인의 여론은 차가웠다. 경향신문이 1일 소셜 빅데이터 분석업체 ‘스피치로그’에 의뢰한 ‘빅데이터를 통한 정책비교’ 분석자료를 보면 뉴스, 유튜브 등 주요 온라인 미디어에서 ‘미리내집’에 대한 부정적 언급이 57.8%에 달했다.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의견은 7.95%에 그쳤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주요 주택공급 방안 중 하나인 ‘모아주택·모아타운’ 역시 부정 여론이 57.0%로, 긍정(4.9%)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스피치로그는 “단순히 서울의 주택공급 방안으로 바라보지 않고, 오 시장 개인의 정치적 행보로 바라보는 성향이 강했다”고 설명했다.

비단 서울시만의 얘기는 아니다.

경기도는 폭염이나 한파, 감염병 등 기후재난으로 인해 사망하거나 입원, 후유장애 발생 시 도민들이 자동으로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경기 기후보험’을 선보였다. 취지와 달리 부정적 여론이 64.7%로, 긍정 여론(20.0%)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SNS 및 각종 커뮤니티에 ‘이러다 나랏빚만 늘어나는 게 아니냐’ ‘돈이 줄줄 샌다’ ‘누가 보면 공짜로 해주는 줄 알겠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경기도의 ‘임금 삭감 없는 주 4.5일제’ 추진과 관련해서도 부정 여론이 73.2%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긍정적 여론은 12.7%에 불과했다.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여유 있는 삶’이라는 좋은 취지에도 부정적 의견이 다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각 지자체가 지역의 출생률 제고를 위해 내놓은 제도 가운데 언론의 큰 관심을 끌었던 인천의 ‘아이플러스 1억드림’과 ‘천원주택’ 역시 부정 여론이 각각 67.7%, 65.9%였다. 긍정 여론은 12.4%, 17.4%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SNS 등에 부정적 여론이 다수를 차지하는 이유에 대해 미디어로서의 공간적 특성과 함께 지방정치에 누적된 실망감이 표현된 결과라는 분석을 내놨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SNS는 공론의 장이라는 성격이 있기는 하지만 굉장히 짧고 강하게 특정 이슈를 점화하는 데 유리한 공간일 뿐 특정 정책을 차분하게 비교분석하기에 좋은 공간은 아니다”라며 “SNS라는 공간적 특성상 특정 정책을 옹호하는 것을 ‘힙(Hip)’하지 않다고 보는 문화가 있는 것도 영향이 있다”고 했다.

박상훈 전 정치발전소 학교장은 “아직까지도 지방자치가 뿌리내리지 못한 데다 지방자치가 여전히 중앙정치에 종속돼 있는 상황에 많은 국민들이 실망감을 갖고 있는 게 SNS를 통해 표출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의 사정을 잘 알고 지방에 맞는 정책을 지속 가능하게 추진해나갈 인물이 아닌, 중앙 정치세력에 잘 보인 인물들이 지자체장으로 오는 악습이 반복되면서 여론 역시 각 지자체가 내놓는 정책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박 전 학교장은 “지자체장 가운데 양당 소속이 차지하는 비율이 98%에 달한다. 지역 사정에 밝은 무소속 지자체장이나 제3당 소속이 지자체장이 될 가능성은 극히 낮은 게 현재 지방정치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SNS의 부정적 여론을 단순히 정치혐오로 보기보다는 얼마나 많은 실망감이 누적된 결과일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방정치에 대한 실망감은 각 지자체가 추진하는 사업들에 대한 반응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특히 대선 등 선거를 앞두고 추진됐거나 정부가 주도한 지방사업의 경우 대부분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부산의 가덕도 신공항 건설은 부정적 여론이 80.1%로, 긍정 여론(18.9%)의 4배에 달했다. 가덕도 신공항은 추진 과정에서도 여야 찬반양론이 첨예하게 대립했고, 선거 기간 때마다 표심잡기용으로 이용된다는 비판을 받았다.

졸속 추진 논란이 분분하다 결국 유치가 무산된 ‘2030 부산 세계박람회’에 대해서도 부정 의견(86.1%)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긍정 의견은 3.8%에 그쳤다. 2023년 8월 열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역시 SNS에서 거론되는 의견 중 90.0%가 부정적이었다. 부지 선정부터 준비, 운영 과정에서 생긴 문제가 문재인 정부 탓이냐, 윤석열 정부 탓이냐를 놓고 공방이 이어지기도 했다.

전남도가 추진한 ‘전남형 만원주택’의 경우 지역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는 점에서 부정적 반응이 많았다. 소득이 적은 청년·신혼부부들에게 월 임대료 1만원에 신축 아파트를 제공하는 주거정책이지만 78.3%가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긍정은 8.43%에 불과했다. ‘재정자립도도 꼴찌이면서 이런 정책을 굳이 해야 하느냐’ ‘직장이 없는데 집을 주면 뭘 하느냐’ 등 비관적 견해가 많았다.

정부 주도하에 추진 중인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은 다른 조사에 비해 부정 여론이 54.5%로, 그나마 긍정 여론(39.3%)과 큰 차이가 없는 축에 속한다.

제주도가 추진 중인 방문객 대상 ‘입도세’ 부과 정책은 82.0%가 부정적 의견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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