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정년연장에 20대·40대 찬성률 최고 '예상밖'
기업 '청년' 핑계 대며 반대하지만 청년 채용 기피
與 '단계적 추진' 보도에 시끌, 어떤 방향으로든 결론 내야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정년연장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진보매체' 발 보도가 나왔다. 현행 60세 정년을 2029년부터 3년마다 1세씩 늘린다는 구상이다. 여당 대변인은 "확정된 건 없다. 지도부 논의도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지만, 바로 내년부터 65세 정년을 추진하려는 분위기와는 차이가 있다.
◇ 정년연장은 국민 10명 중 8명이 지지하는 사안이다. 세대별로는 20대와 40대가 가장 높다. 지난 2월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에서 20대의 80.7%, 40대의 79.1%가 정년연장을 희망했고, 최근 공개된 중앙일보 여론조사도 거의 같았다.
20대는 부모의 경제력에 의존하는 대학생과 청년 구직 세대다. 부모의 월급이 끊기면 생존 자체가 위태롭다. 40대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아파트 대출금에 허덕이고 자녀 학원비에 허리가 휘는 세대다. 이들에게 정년연장은 단순한 제도 개혁이 아니라 삶의 버팀목이다.
그런데도 기업들은 "정년이 늘면 청년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논리를 되풀이한다. 2013년 박근혜 정부가 법에 없던 정년을 만들어 60세로 정할 때도 그랬다. 예나 지금이나 40대에 대한 기업의 퇴출 압박도 여전하다. '의자 빼기', '뺑뺑이 돌리기'는 오래된 방식이고, 요즘은 '30대 임원 파격 발탁'이란 기만적 전술이 등장했다. 언론에는 '젊은 피 수혈'로 포장되지만 실제는 "40대 이상은 알아서 나가라"는 신호다.
◇ 기업들은 이번에도 '청년'을 방패막이로 앞세우지만 청년을 뽑아서 키우겠다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대졸 공채는 이미 사라졌고, 남들이 애써 키워놓은 똘똘한 경력직을 골라내 쓰는 게 인사부서의 주요 업무가 됐다.
정년연장을 세대 갈등 사안으로 몰아가선 안 된다. 기업의 책임 있는 행동을 전제로, 저출산·고령화 추세에 맞춰 고용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서 논의가 출발해야 한다. 무엇보다 현행 60세 정년과 65세 국민연금 수급 개시 사이의 5년 공백은 반드시 메워야 한다. 노사정이 곧 다가올 소득절벽 앞에서 제 말만 반복하며 시간을 허비하는 건 무책임의 극치다.
올 정기국회가 끝나면 여야는 지방선거 체제로 전환한다. 선거의 화두는 내란에서 경제가 될 가능성이 짙다.
◇ 이런 판국에 여당이 '2041년까지 추진' 같은 느슨한 장기 플랜만 내놓는다면, 선거는 대선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흘러갈 것이다. 정년연장을 가장 지지하는 40대가 민주당의 핵심 지지 기반이라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결단의 기로에 섰다. 자신들의 정치적 살길이 아니라 노사와 국민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묘안을 내놔야 한다. 나라 사정이 어렵다면 과감히 공약을 철회하고 다른 대안을 찾아보자고 설득에 나서야 한다. 집권여당의 어깨가 그래서 무겁다는 것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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