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VOA 이어 국정원까지… “대북 라디오 방송량 80% 급감”

2025-07-22

이재명정부 들어 국정원이 1970년대부터 이어져 온 대북 라디오 방송을 중단하면서 지난 5월 대비 대북 선전 매체 라디오 방송량이 80% 가까이 급감했다고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38노스에 따르면, 올해 초만 해도 하루 415시간이었던 외국 라디오 프로그램의 대북 선전 방송량은 현재 89시간으로 줄었다.

미국 정부가 운영하던 미국의소리(VOA) 방송, 자유아시아방송(RFA) 등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 정부 조직 축소 차원에서 미국 글로벌미디어국(USAGM)의 기능을 최소화하면서 사실상 해체됐다. 한국에서는 이재명정부가 대북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가운데, 국정원이 운영하는 것으로 추정된 희망의 메아리, 인민의 소리, K-뉴스, 자유 코리아 방송의 송출이 이달 중단됐다.

38노스는 올해 초 오후 11시에 운영되던 대북 선전 라디오는 11곳이었으나 현재는 5개만 남았고 주파수도 25개에서 6개로 줄었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북한 당국이 전파 방해 등을 통해 대북 선전 매체 유입을 차단하기가 훨씬 수월해진 셈이다.

또 현재 남아있는 대북 선전 매체 가운데 대부분의 방송량은 KBS 한민족 라디오와 국방부가 운영하는 자유의 소리가 담당하고 있다며 이 두 곳의 방송 중단도 결정되면 대북 방송은 사실상 모두 사라지는 것과 다름없다고 보도했다. 이곳들의 운영이 중단되면 하루 30분만 방송하는 BBC 월드서비스와 하루 2∼3시간 정도만 운영되는 민간단체의 자유북한방송, 북한개혁방송, 민족통일방송 등 4곳만 남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간단체에서 운영하는 방송들은 미국 민주주의진흥재단(NED)과 미국 국무부 산하 민주주의·권리·노동국에서 지원받는데 양쪽 모두 트럼프 행정부가 폐쇄를 추진하고 있어 이곳들의 운명도 점치기 어렵다.

대북 선전 매체 방송은 폐쇄성이 높은 북한 내부로 정보 유입을 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 중 하나다. 38노스는 “북한 노동당은 수십년간 검열되지 않은 정보 유입과 싸워왔고 자신들의 행운을 믿기 어려울 것”이라며 대북 선전 매체 방송량 급감을 두고 “북한 정보전의 승리”라고 했다.

또 국정원이 각각 1973년과 1980년대 중반부터 운영하던 희망의 메아리와 인민의 소리는 남북 정치 상황이 좋든 나쁘든 한 번도 방송을 중단한 적이 없었다며 “한반도 상황이 악화하면 한·미는 북한 주민과 직접적인 연결 고리를 잃은 것을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병관 기자 gwan2@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