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달러’ 귀환…관세 ‘D-day’ 앞두고 1400원 넘보는 환율

2025-07-21

‘킹 달러’의 귀환에 원화값이 1400원 근처까지 다시 내려갔다. 다음 달 미국이 상호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구조 탓에 관세 부과가 실제 이뤄지면 금융시장 불안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주간 거래 기준 1388.2원에 마감했다. 외국인의 국내 투자 매수세로 전 거래일보다 4.8원 오르긴 했지만(환율은 하락), 달러 강세 기조는 여전하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의미하는 달러 인덱스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 11일(현지시간) 97.85에서 지난 18일 98.48로 일주일 새 0.64% 올랐다. 달러 인덱스가 98선을 회복한 것은 약 한 달 만에 처음이다.

트럼프 정부가 다음 달 1일부터 상호관세를 부과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관세율까지 각국에 통보한 여파다. 관세 부과가 이뤄지면 미국 내 물가 상승률을 자극해서 금리 인하도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 고금리는 달러 가치를 높이는 요인 중 하나다.

지난달 30일 1350원까지 갔던 원화값도 달러 강세(킹 달러) 여파로 이달 들어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미 정부의 관세 부과 방침이 알려진 후 원화 가치는 약 1주 새 급락해 지난 17~18일 1390원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고율의 관세 부과를 예고해 놓고,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 말을 바꾸는 행보를 보였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를 것이란 분석이 많다. 트럼프표 대규모 감세 법안인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OBBBA)’이 지난 4일 공식 발효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감세로 인한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해서라도 관세 걷기를 더는 미룰 수 없게 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은 최근 트럼프가 유럽연합(EU)에 기존 10%보다 올라간 최소 15~20% 상호관세를 요구하는 등 강경한 태도로 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땅한 대응 수단이 없는 한국은 관세 부과의 피해가 다른 나라보다 더 클 수 있다. 내수 시장인 큰 EU 등은 보복 관세를 관세 협상 카드로 쓸 수 있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 특히 상호관세뿐 아니라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가 포함된 품목관세까지 발표된다면, 한국 경제의 부담은 급증할 수밖에 없다. 외환시장에도 이런 시각이 반영되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을 통해 달러 수요를 강화하고 있는 미국의 정책도 달러 강세를 이끄는 원인 중 하나다. 미국 하원은 지난 17일스테이블 코인을 제도권으로 편입시키는 ‘지니어스 법안(GENIUS Act)’을 통과시켰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 코인은 미국 국채 등 달러 자산의 주요 매수자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 코인이 활성화되면 그만큼 달러 가치도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다음 달 1일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구체적 일정을 밝혔기 때문에, 외환시장도 달러 강세로 힘을 실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협상 과정에서 관세율이 낮아진다면, 강달러 기조가 다소 누그러질 수는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분간 외환시장에서 달러 쏠림은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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