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스의 한 수도원장이 비잔틴 시대 성상과 고대 복음서를 밀매하려다 경찰에 적발됐다.
지난 2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그리스 경찰은 이달 초 펠로폰네소스 반도 칼라브리타 지역의 메가 스필라이온 수도원장을 체포했다. 경찰은 도난 문화재가 불법 거래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중개인으로 위장해 수사를 진행했다.
60대 수도원장은 조수와 함께 위장 경찰에게 14점의 성상과 18세기에 제작된 복음서 2권을 제시하며 약 20만 유로(한화 약 3억3000만 원)를 요구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이들을 체포했다.
조사 결과 해당 유물은 수도원 소유가 아니었으며 교구 등록 목록에도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수도원장은 “개인 소장품이며 단순히 신고를 잊었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당국은 신빙성이 낮다고 보고 유물 출처를 추적하고 있다.
메가 스필라이온 수도원은 그리스에서 가장 오래된 수도원 가운데 하나로, 절벽 위에 지어진 독특한 건축 양식과 역사적 상징성으로 유명하다. 이번 사건은 순례지로도 유명한 이 수도원과 교구에 큰 충격을 안겼으며,교구는 곧바로 수도원장을 해임하고 운영진을 교체했다.
그리스에는 전국에 약 9830개의 교회와 수도원이 존재하지만, 외딴 지역에 위치한 경우가 많아 문화재 절도가 잦다.
그리스 교육·종교부 통계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3년까지 약 4000건의 종교재산 절도·기물 파손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에는 무게 800㎏의 대형 종 20개가 도난당하는 사건까지 벌어지는 등 범행 수법도 갈수록 대담해지고 있다.
김태권 기자 t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