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드라마를 보면 시간여행, 초능력인간, 우주전쟁 등 비현실적인 소재를 가진 것이 많다. 황당하다거나 고증이 잘못됐다고 비난받는다. 정말 그럴까. 현실을 비틀고 재미를 더한 새로운 창작으로 볼 수 없을까.
인공지능(AI)도 마찬가지다. 우리 수준과 입맛에 맞는 결과물만 고집해선 안 된다. 이해 못할 답변에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위고비'는 혈당 조절을 위한 당뇨치료제로 개발됐지만 식욕억제, 체중감소를 놓치지 않았기에 비만치료제로 거듭났다. AI에게 당뇨치료제를 만들라고 콕 찍어 주문했다면 비만치료제가 나올 수 있을까.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은 사람을 있는 모습 그대로 그리지 않았다. 사람을 해체해 뼈, 근육이 튀어나온 해괴한 그림을 그렸다. 인간의 폭력성과 불안감을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AI가 인간의 주문에 따라 그렸다면 그런 작품이 나올 수 있을까. 그런데 AI가 내놓아야 할 결과물은 그런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쉽게 예상하거나 그럴듯한 답변을 듣기 위해 AI를 만든다면 얼마나 낭비인가. 뜻밖의 생각과 행동을 AI에서 찾아야 한다. 실험적인 질문과 기상천외한 답변, AI환각에 답이 있다.
SF작가 아서 클라크의 소설은 대략 70년 전에 발표됐지만 소재로 삼았던 가상인간, AI, 로봇, 우주선 등 많은 것이 오늘날 실현됐다. 당시엔 소설적 상상력에 불과했고, 누군가 실제 만들자고 했다면 환각에 빠진 미치광이 취급을 받지 않았을까. 소설에 나오는 우주 엘리베이터는 어떤가. 지구와 우주궤도에 있는 정거장을 연결해 이동하는 장치다. 지금도 누가 우주 엘리베이터를 만들겠다고 하면 손가락질 받을 것이 뻔하다. 황당하지만 고민해보면 어떨까. 지구의 어디에서 공사를 시작할지, 우주정거장에서 케이블을 어떻게 내릴지, 케이블 등 소재는 어떤 것을 이용할지, 중력과 원심력을 어떻게 견디거나 응용할지, 비바람, 태풍, 태양풍, 방사선, 우주쓰레기 충돌을 어떻게 피할지, 어떤 에너지를 이용할지, 지구 자전과 공전의 영향을 최소화하거나 역이용하려면 어떻게 할지 등 생각만으로 재미있지 않은가. 우주 엘리베이터 연구과정에서 파생하는 신기술, 서비스 등 파급효과도 기대된다. 주위의 누군가 화성 이주계획을 세웠다면 비난받겠지만 일론 머스크는 그 계획을 실천하고 있다. AI에게 그 방법을 물으면 제대로 답할 수 있을까. 인간에겐 상상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의 상상이 실현될 수 있도록 AI를 활용하면 어떨까. 기존의 데이터 학습과 현재의 추론능력으론 어렵다. 인간을 뛰어넘는 상상력과 실행력을 갖추도록 AI의 추론능력을 발전시켜야 한다. 현재의 우리에겐 환각처럼 보이지만 그것을 극복해야 새로운 미래가 온다. 우리가 그동안 알고 있는 진실 등 모든 것이 고정관념에 불과할 수 있다.
법률분야에서 AI가 가짜판례를 생성하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일이다. 기존의 대법원판례가 잘못돼 변경할 필요가 있다면 어떤가. 기존 데이터에 의존하는 AI가 논리를 만들 수 있을까. 이런 경우에 AI환각을 이용하면 어떤가. 바둑을 보자. 구글 알파고가 인간과 겨뤄 이긴 후로 바둑세계가 변화했다. 인간은 바둑에서 AI를 영원히 이길 수 없는가. 바둑판의 규모(가로와 세로 줄의 수), 바둑돌의 종류, 역할과 개수, 바둑게임의 룰을 바꾸면 어떨까. AI의 환각기능을 극대화하면 지금보다 더 재미있는 바둑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AI가 신약을 넘어 화학물질을 창조하고 있다. 분자구조를 연구해 고성능 배터리, 친환경 플라스틱, 초강력 접착제를 만들 수 있다. 기존 데이터에 충실한 AI에만 의존해선 이룰 수 없고 AI 추론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AI 반도체, 장비, 소프트웨어, 운용시스템 등 기술력의 진화와 K팝, 드라마, 웹툰, 웹소설 등 상상력의 결집이 중요하다. AI환각을 제어하면서 그 활용도를 높이면 AI3강의 목표는 구호에 그치지 않고 비로소 강력한 실행엔진을 갖는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창의는 어떻게 혁신이 되는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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