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이 성폭행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사망한 장제원 전 의원에 대한 수사결과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공소권 없음’ 결정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피해자인 고소인에게는 통상적인 규정에 따라 공소권 없음 결정을 통지하지만 구체적인 수사 내용과 결과는 알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관계자는 1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열린 정례 기자회견에서 “(장 전 의원 사건에 대해)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할 예정”이라며 “수사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지만 규정에 따라 고소인에게 통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사 내용과 결과에 대해 공식적으로 발표하거나 고소인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이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통지하는 내용”이라며 “피의자 사망으로 수사 진행이 안 되는 상태이기 때문에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한다는 내용을 고소인 측에 송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실 규명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는 질문에는 “그 부분을 구체적으로 확인을 못 했고 관련한 규정도 있다”며 “수사가 진행 중에 피의자가 사망해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할 예정이라는 것을 고소인에게 통지하는 규정이 있어 이에 따른다는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고소인에게 전달한다는 통지에는 장 전 의원에 대한 구체적인 혐의나 수사의 결과 등은 담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장 전 의원은 2015년 부산의 한 대학의 부총장으로 재직하던 중 자신의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고소장이 접수돼 경찰 수사를 받았다. 그는 지난달 31일 서울 강동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의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들은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사기관은 고소인 진술조서, 피의자 진술 그리고 확보된 여러 증거들을 바탕으로 이 사건 혐의에 대한 실체를 상당 부분 확인했다”며 “그런데도 경찰이 피의자 사망을 이유로 수사를 종결한다면 이는 피해자의 법적 권리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를 막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피해자이자 고소인인 A씨는 여성단체를 통해 “제가 오랜 시간 동안 신고하지 못했던 이유는 가해자의 막강한 권력과 제왕적인 사고에 짓눌려 두려움에 움츠러들었기 때문”이라며 “가해자가 선택한 도피성 죽음은 처벌받기 두려워 스스로가 선택한 삶의 마무리일 뿐 벌을 받은 것도 면죄부를 받은 것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이 사건이 이대로 종결되는 것을 절대로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