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최근 급증하고 있는 데이터센터에서 쓸 전력수요조차 엉터리로 예측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각국이 전력 소비 증가에 맞춰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이용 효율을 높이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 계획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13일 감사원은 이 같은 내용의 정보통신 인프라 관련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우선 데이터센터의 전력수요 예측은 정확한 현황 파악이 기본이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행정안전부·산업통상부 등 부처별 자료가 제각각이었다. 이로 인해 주요 데이터센터(면적 500㎡, 사용 전력 0.5㎿ 이상) 다수가 누락된 사실도 확인됐다. 산업부는 2023년 말 기준 국내 데이터센터 148개, 계약전력량 1926㎿를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수립에 반영했으나 감사 결과 실제 데이터센터 수는 314개, 계약전력량은 2205㎿였다. 유럽연합(EU) 등과 달리 데이터센터 신고제 등이 도입돼 있지 않고 데이터센터 현황 파악을 위한 정보 공유 체계가 미비한 탓이다.

전력수요 예측 역시 합리적 근거 없이 산정됐다. 매년 데이터센터 신·증축이 예상되는데도 일부 데이터센터 사업이 누락됐고, 특히 장기 전력수요는 연평균 수요 증가율을 합리적 근거 없이 임의 조정한 엉뚱한 수치가 사용됐다.
그 결과 제11차 전기본은 2026년 국내 총 전력수요 565.4테라와트시(TWh) 중 11TWh(1.9%)만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아일랜드(32%), 덴마크(20%), 미국(6%), EU(5%) 등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데이터센터 현황 자료를 정확히 파악해 전력수요 기준치에 반영하고 데이터센터 신축 가능성이 높은 사업들이 수요 예측 과정에서 누락되지 않도록 산정 방식을 개선하도록 산업부에 통보했다.
전력 공급만큼이나 중요한 데이터센터 에너지효율 극대화의 경우 우리나라는 사실상 방치 수준으로 나타났다. EU는 데이터센터 운영자에 에너지 사용량 보고 의무를 부과했고 중국은 2021년부터 신규 대형 데이터센터는 전력사용효율(PUE) 지수를 1.35 이하로 의무화했다. PUE는 데이터센터의 총 전력소비량을 정보기술(IT) 장비 전력소비량으로 나눈 값으로 1에 가까울수록 효율적이라는 의미다. 미국은 연방정부 데이터센터에 대해 PUE 목표를 1.2~1.5로 설정한 후 2016∼2022년 목표에 미달하는 연방정부 데이터센터 6000개 이상을 통폐합하는 방식으로 에너지 이용 효율을 높이고 66억 달러(약 9조 4307억 원)의 비용 절감 효과도 거뒀다.
그러나 감사원 실태 조사 결과 국내 총 316개(지난해 말 기준) 주요 데이터센터의 평균 PUE는 국제 평균(1.58)보다 높은 1.76에 달했다. 그럼에도 PUE 관련 제도 도입 계획만 있을 뿐 실제 이행되지 않아 향후 전력 수급난이 심화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 감사원의 지적이다. 한국전력은 실제로 2023년 상반기에만 데이터센터 신·증축을 위한 전력공급 사전 신청 318건을 접수했으나 이 중 234건(73.4%)에 대해 ‘송·변전설비 부족’ 등을 사유로 공급 불가를 통보한 바 있다.
한편 감사원은 또 다른 핵심 정보통신 인프라인 통신망과 관련해서는 ‘통신 재난’ 우려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시군구 단위 이상의 통신 중단을 의미하는 통신 재난은 2019~2023년 매년 7건씩 발생하고 있다. 특히 기존 통신망의 31.6%는 이원화가 되지 않아 통신 장애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다. 또 도시침수지도를 기반으로 통신시설 침수위험을 분석할 경우 서울 강남구·영등포구는 50년 빈도 강우(시간당 약 100㎜)부터 통신설비 4.7% 이상이 침수로 장애 발생의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