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戰勝節·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 대회) 기념행사에 참석한 이후 북·중 관계가 개선되는 기류가 포착되는 가운데 양국 간 교역액이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북한의 '안러경중'(안보는 러시아, 경제는 중국)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인 NK뉴스는 20일(현지시간) 중국 해관총서의 자료를 인용해 "지난달 북·중 무역액이 6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김정은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 지난달 4일 정상회담 이후 급등한 수치가 반영됐다는 게 NK뉴스의 설명이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달 북·중 교역액은 2억7120만 달러(3852억3960만원)를 기록했다. 이는 북한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차단을 위해 국경을 봉쇄하기 직전인 2019년 12월 2억7900만 달러(3964억 3110만원)를 기록한 이후 가장 높다.
NK뉴스는 "(중국으로부터) 수입이 크게 증가한 것이 이런 증가세를 주도했다"며 "북한은 지난달 중국에서 2억 2800만 달러(3239억 1960만원) 이상의 상품을 수입했다"고 분석했다. 주요 수입품은 대두유(식용유)와 가발 제조용 모발, 양모, 아스팔트, 설탕 등이다. 임가공품 제조를 위한 원자재와 소비재가 대부분이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대가로 러시아 측으로부터 지원받는 원유·식량·일부 사치품 등은 제한적인 만큼 장기 침체에 빠진 경제난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북한의 판단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중국과의 교류와 협력을 통해 본격적으로 경제 발전을 추동하겠다는 의지가 깔린 셈법이란 얘기다.
김정은이 숙원사업으로 추진해온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의 활성화도 이와 무관치 않다. 원산 명사십리 해변에 들어선 위락시설을 온전하게 운영·유지·관리하기 위해서는 최소 연간 수만 명 이상의 관광객을 모집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지리적으로 인접하고 상대적으로 왕래가 자유로운 중국인 관광객의 유입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정유석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의 '안러경중' 행보가 본격적으로 가시화하는 모습"이라며 "중국과의 밀착을 통해 제재 우회로는 물론 경제발전 추동을 위한 제반 분야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