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매강’ 박지환 “‘방자’ 연기? ‘방자의 대가’가 되리라”

2024-11-05

배우 박지환에게서는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 ‘강매강’에서의 무중력 형사 특유의 ‘뚝심’이 엿보인다. 극 중 무중력은 감에 살지만, 촉은 안 맞으며, 그래도 우직하고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은 ‘마초 형사’였는데 그의 성격을 하나의 단어로 축약하자면 ‘불도저’에 가깝다.

박지환도 그렇다. ‘범죄도시’의 장이수, ‘SNL 코리아’를 통해 얻은 아이돌 캐릭터 ‘제이환’, 지금의 무중력 모두 코믹으로 향해 있다. 하지만 그는 기꺼이 ‘클리셰’를 향해 달리고 코믹연기가 이어지면 ‘코믹의 대가’를 노린다. 스스로를 버리고 낮추고 주변을 껴안고 그리고는 배역에 자신을 던지는 한 마리 ‘불나방’과도 같다.

“저를 찾아주시는 이유요? 크게 생각은 안 해봤지만…. 그저 현장에서 열심히 한다는 소문이 있어서이지 않을까요. 저 죽을 만큼 하고 있거든요. 배역을 위해 짐을 많이 꾸리는 스타일은 아니고요. 인물에 맞는 짐을 꾸린 후 촬영을 할 때는 많은 생각 없이 상대에게만 집중합니다.”

복싱 국가대표 출신으로 특채를 통해해 형사가 된 무중력의 캐릭터답게 그 역시 강력한 ‘인파이터형’ 복서다. 저돌적으로 달려들고 퇴로를 만들지 않는다. 그의 그러한 성향은 인터뷰 곳곳에서도 묻어난다. 먼저, 무중력이 형사의 클리셰를 그대로 이어받은 인물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흔쾌히 ‘그렇다’고 말한다.

“어떻게 다르게 하겠어요. 제가 작가님이라 글을 다시 쓸 수도 없고요. 이번 역할은 클리셰을 따라 연기했어요. 치열하게 하지만 은밀하게 그렇게 안 보이려고 노력했죠. 그 전형성을 거부할 수는 없고요. 고쳐서 맞지도 않는 인물을 혼자 마음에 든다고 할 수 없죠. 온 힘을 다해서 클리셰를 연기하면 어떨까 하고 덤볐어요.”

코미디 연기도 마찬가지다. 최근 부쩍 코믹한 분위기의 역할을 많이 해 어느 정도 적응이 됐을 법도 같았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도 계속 위기가 닥쳐왔다. 강력팀 형사로서 코믹한 분장과 캐릭터로 변신해야 했던 부분, 여성에게 ‘마성의 남자’로 페로몬을 철철 흘리는 모습을 연기했던 부분 그리고 각종 1차원적인 생리현상을 견디는 연기 등도 그랬다.

“코미디는 해도 해도 낯설어요. 영원히 알지 못하는 것 같아요. 대본에 맞는 코미디를 보는 눈은 있다고 보지만, 그래도 그 작품에 맞춰 상대와 놀지 않았던 방식으로 노는 걸 좋아합니다. 아무래도 박지환이라는 사람이 있으니, 비슷한 느낌을 드리는 건 어쩔 수 없어요. 뭐라고 하시면 ‘죄송합니다’하고 항복하는 거죠. 그래도 이 작품에서는 좋은 동료들을 만났고, 저도 그 배경이 될 수 있어 좋았죠.”

주변에서 박지환을 보는 ‘형님’ ‘센 캐릭터’ ‘액션’에 대한 생각도 비슷하다. 그는 ‘강매강’ 촬영장에서 가장 맏이였기에 가장 낮은 곳으로 가려고 했고, 날카로운 느낌의 외모 때문에 센 캐릭터가 많았다는 평가에는 “얼굴 때문에 망했다고 할 수는 없으니 시간이 지나면 바뀔 것”이라고 말한다. 액션 역시 ‘보라매공원 시절’을 강조한다. 연극을 할 때 그는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에서 런닝을 하며 몸을 만들었다. 어려웠던 시기, 그리고 그 시기 그를 만들었던 오기와 집념 그리고 끈기가 인터뷰 곳곳에 서려 있다.

“이미지가 세고 웃긴 쪽으로 굳어질 거라는 말씀들도 하세요. 어떤 배우도 고민할 부분이죠.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하고 싶은 역할을 하는 사람은 몇 명 꼽지도 못해요. 선택되는 거고, 할 수 있으면 하는 거죠. 결혼 역시 완벽한 사람을 만나서 결혼할 때까지 기다리려면 혼자 사는 거고, 결혼하고 실수도 하면서 살아보는 방법도 있죠. 평생 ‘방자’ 역할만 해도 배우인 거죠. 그 시간에 ‘방자의 대가’가 돼 있지 않을까요. 고민할 시간에 저는 방자를 더 연구할 것 같습니다. 장이수 역할은 너무 좋고, 제 삶을 바꿨어요. 바꿔 말하면 장이수라는 인물은 저보다 잘 아는 사람은 없죠. 제가 지금 와서 엄청 잘생긴 역할을 한다고 해서 관객이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은 안 해요. 제가 할 역할이 있고, 운 좋게 다른 것을 만나면 해보는 게 아닌가 싶죠.”

그가 이렇게 단순하고도 저돌적으로 배역에 달려드는 동안 어느새 많은 작품들이 그의 주변에 모였다. 올해에만 넷플릭스 ‘경성크리처’ 시리즈의 구갑평,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종두, 티빙 ‘우씨왕후’ 무골과 ‘강매강’ 무중력 그리고 곧 공개될 디즈니플러스 ‘탁류’의 무덕까지 ‘범죄도시’ ‘핸섬가이즈’ ‘하이재킹’ 등 영화를 합하면 더욱 많다.

“인기는 감사하면서도 무섭고, 두려워지기도 해요. 결국 실력과 한계를 모르는 건 오만이거든요. 칭찬에 감사하지만 그럴수록 더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거죠. 최근 (배우)전배수 형님과 밥을 먹다 ‘무슨 생각으로 장면을 잡고 가느냐’는 칭찬을 들었어요. 그렇게 대답했네요. ‘지금이 소중해서 열심히 하는 것 같다’고요. 좋았을 때나 아닐 때나 잘 버텼던 것 같아요. 성실하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무언가를 하고 있을 거라시더군요.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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