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고 교무부장이던 아버지로부터 시험 답안을 미리 받아 시험문제를 푼 쌍둥이 자매가 대법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쌍둥이 자매 A씨(23)와 B씨(23)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24일 확정했다. 이들이 기소된 지 약 5년6개월 만에 최종 결론이 나왔다.
A·B씨 자매는 2017년 숙명여고에 입학했다. 이들의 아버지 C씨는 2016년부터 숙명여고 교무부장으로 재직하면서 중간·기말고사 출제원안과 정답이 표기된 OMR 카드 등을 관리했다. C씨는 2017년 1학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미리 자매에게 시험 답안을 알려줬다. 자매는 이듬해 1학기 기말고사까지 총 5차례에 걸쳐 아버지가 유출한 답안을 받아 문제를 풀었다. 자매에게는 숙명여고의 성적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가 적용됐다.
1심은 자매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24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학생들 간의 공정한 경쟁의 기회를 박탈하고 학교의 시험에 관한 업무가 방해된 것은 물론, 공교육에 대한 다수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해 사안이 매우 중대하고 죄질 역시 상당히 좋지 않다”고 판시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자매가 서로의 공범이 아니라고 한 주장을 받아들여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으로 형량을 다소 줄였다. 재판부는 “자매 사이인 피고인은 아버지를 통해 서로의 범행을 알게 됐을 뿐 서로 범행을 할 때 본질적으로 기여하는 등 행위를 분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을 인정하고 검찰과 자매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상고심에서 자매는 검찰이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한 것이 절차적으로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자매가 휴대전화를 현실적으로 관리하고 있었으므로 아버지가 (압수수색) 영장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자매에게 영장을 제시했어야 한다”며 압수수색의 위법성을 인정했다. 아버지가 아닌 자매에게 직접 휴대전화에 대한 영장을 제시하는 것이 적법한 절차였다는 의미다. 대법원 관계자는 “미성년자가 압수수색 처분을 받을 경우 미성년자가 의사능력이 있는 한 영장 제시 및 참여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점을 대법원이 최초로 판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나머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만으로도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에 충분하다”며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이 사건은 입시와 직결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큰 공분을 일으켰다. 자매가 항소심 진행 과정에서 취재진에게 손가락을 들어 올리는 욕을 하며 불만을 드러내는 등 반성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서 비난은 더 거세졌다. 이후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은 이 사건을 응용한 에피소드를 다루기도 했다. 이들 자매의 아버지 C씨는 2020년 3월 대법원에서 업무방해 혐의로 징역 3년을 확정받고 지난해 만기 출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