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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은 여행 산업에 큰 타격을 입혔다. 위기 이후 여행업계는 디지털 혁신이 생존의 핵심 과제가 된 시대를 맞이했다.
삼정KPMG가 2024년에 발간한 여행업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 여행사업체 수는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대비 약 2% 감소했다. 반면 여행업 종사자 수는 약 10만명에서 5만명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이는 노동집약적이었던 여행업계가 비대면, 무인화, 자동화 등 디지털 전환의 물결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여행업에서 대외 위기는 변수가 아니라 상수에 가깝다. 지난 20년간 사스, 메르스, 동일본 대지진 등 많은 천재지변이 발생했으며, 2008년 리먼 사태, 2017년 중국 사드 사태, 작년 티몬-위메프 사태 및 최근의 계엄 사태와 같은 정치·경제적 악재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위기 속에서 기회와 성장을 포착하는 회복탄력성이 여행 분야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점인 이유다.
여러 위기에도 K콘텐츠의 위력은 해가 지날수록 커지고 있다. K팝과 K드라마로 시작된 소위 한류 열풍은 과거에는 비주류 문화로 받아 들여졌으나, 팬데믹을 거치며 빠르게 글로벌 메인스트림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글로벌 OTT 플랫폼에서는 '오징어 게임'을 비롯한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순위 상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아파트' 같은 지극히 한국적인 노래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K콘텐츠를 접한 해외 소비자의 한국 여행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한국관광통계에 따르면, 2024년 1~11월 누적 방한객 수는 1510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1% 증가했으며, 이는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동기의 94% 수준까지 회복한 수치다. 정부는 2019년 1750만명이었던 방한 관광객 수를 올해 1850만명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여행 플랫폼(OTA) 시장은 부킹홀딩스, 익스피디아 등 소수의 글로벌 거대 OTA 기업들이 전체 시장의 97%를 점유하는 독과점 시장에 가깝다. 이들 대형 OTA는 팬데믹 위기를 기회로 삼아 경쟁이 될 만한 유사 기업을 인수하며 규모의 경제를 꾀하고 있다.
혁신 기반이 아닌 시장 지배력을 앞세운 플랫폼이 과연 숙소 운영자와 여행자에게 최선의 편익을 제공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호텔에 부과되는 과도한 중개수수료와 광고비 요구, 세금과 봉사료로 대표되는 가격 눈속임, 복잡한 환불 규정 등 대형 OTA에 대한 불만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OTA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선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올마이투어는 그 일환으로 인공지능(AI)·자동화 기술을 통해 국내 호텔이 해외 다양한 B2B 파트너에게 판매 채널을 확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글로벌 판매 자동화의 길을 개척하는 것이다.
정부 역시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사용자의 편익을 저해하는 해외 OTA의 행태를 적절히 규제할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더불어 혁신적인 기술로 여행 공급자와 여행자의 고민을 해결하는 토종 여행 플랫폼이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장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R&D) 지원과 현지화 전략 등 체계적이고 세심한 지원이 필요하다.
K콘텐츠가 해외 메인스트림 시장을 공략하듯, 우리나라의 혁신적인 OTA도 내국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 여행자와 여행 공급자에게 사랑받는 토종 플랫폼 기업으로 우뚝 서는 날을 고대한다. 이를 위해선 여행 플랫폼의 혁신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석영규 올마이투어 공동대표 cmo@allmytou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