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이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일부에서 나오는 AI가 기업 경쟁력에 큰 힘이 되지 못한다는 ‘AI 무용론’ 보다는 현재의 시행착오를 극복하면 AI가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글로벌 진출도 활발히 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장진석 보스턴컨설팅그룹(BCG)코리아 AI&디지털 대표는 8일 서울 중구 사옥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한국 기업들이 AI를 활용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형태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장 대표는 글로벌 컨설팅 기업 BCG 한국지사 디지털 부문과 AI 전담조직 ‘BCG X’를 이끌고 있다.
우선 장 대표는 AI가 산업 경쟁력 제고에 도움 되지 않는다는 ‘무용론’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기업 생성형 AI 프로젝트의 95%가 실질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보고서로 인해 최근 ‘AI 무용론’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에 기업 현장에서 AI 성과가 제한적인 것은 내부 인프라와의 통합이 미흡한 데 따른 것으로 이를 해소하면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그는 “현재 시행착오 단계이지만 기업인들의 생산성 향상에 대한 의지가 크고 기술도 지속해서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장 대표는 다양한 산업에서 기업들이 AI 기반 혁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예를 들어 중견 제조업의 경우 해외 진출시 AI를 통해 고객 지원, 규제 대응, 인증 절차 간소화 등을 이룰 것으로 진단했다. 그는 “에이전틱 AI가 등장하며 기업 업무가 AI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며 “기업의 생산성 원천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기업들이 AI로 날개를 달아 성장이 정체된 내수 시장을 넘어 세계로 진출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를 위해 장 대표는 AI를 조직 전반에 확산하는 ‘스케일 AI’ 전략이 중요하다고 봤다. 이를 위해 ‘10-20-70’ 법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자원의 10%는 알고리즘 개발에, 20%는 데이터 구축에, 70%는 조직 내 변화 유도와 문화 정착에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AI 솔루션을 단순히 기업 내부에 적용한다고 해서 생산성 혁신이 일어나진 않는다"며 “경영진이 톱다운 관점에서 직원들이 배우고 익히도록 이끌어주는 것과 바텀업 관점에서 현장에서 실질적 노하우를 접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해 특히 산업 특화 모델 구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기업들이 독보적인 데이터 자산을 보유한만큼 이를 정비해 산업별 특화된 모델을 구축할 경우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으로 봤다. 그는 “특화 모델 구축을 위한 정책 정비에 전략적 방점을 두어야 한다”며 “중견기업 등은 여력이 부족한만큼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장 대표는 슈퍼 석학이 아닌 산업 전문성과 AI 활용 능력을 겸비한 A급 융합형 실무 인재를 대량 양성하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인재의 해외 유출을 막을 정책을 탄탄히 세우고 해외에 있는 인재도 한국으로 데려올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각 산업의 사업과 데이터를 깊이 이해하고 이를 AI로 전환할 수 있는 집단을 최대한 많이 양성해야 한다”며 “기업과 협력해 A급 인재를 키울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정책을 시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