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한국투자증권, ‘장기 집권’ 본부장 교체 단행
파두 사태에 후폭풍 여전…책임론에 쇄신 불가피
시장 침체에 철회 기업 속출…NH證 비중만 26%
연말을 맞아 국내 증권사들이 인사·조직 개편에 나선 가운데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기업공개(IPO) 수장 교체에 나섰다. 최근 IPO 딜이 급증하면서 리스크 관리 능력이 중요해진 공모주 시장 환경을 반영한 행보로 풀이된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장기간 IPO 업무를 담당해온 본부장들의 교체를 단행했다.
우선 NH투자증권은 지난 3일 정기 임원인사에서 신임 ECM(주식발행시장)본부장으로 최강원 홍콩법인장(상무보)을 선임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19년부터 6년 동안 IPO 비즈니스를 이끌어온 김중곤 본부장은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한국투자증권도 지난 19일 임원 인사를 통해 방한철 상무보를 IB(투자은행)1본부장으로 낙점했다. 이에 지난 2020년부터 IPO 업무를 맡아온 최신호 본부장에서 방 상무보로 세대 교체가 이뤄졌다.
특히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각각 IPO 주관 실적 4위, 2위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음에도 ‘수장 교체’ 카드를 꺼내 들어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국내 증시 입성에 도전하는 비상장 기업들이 급증하자 리스크 관리 능력이 중요해진 분위기를 고려한 인사라고 평했다.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지난해 ‘뻥튀기 상장’ 의혹이 불거진 파두의 상장을 주관하면서 리스크 관리 능력이 도마 위에 오른 만큼 인사 과정에서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진단이다.
앞서 파두는 지난해 8월 1조5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으나 같은 해 2·3분기 합산 매출이 4억원에 그치는 성적을 발표하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이를 두고 두 주관사가 파두의 저조한 매출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 채 공모가를 높게 산정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현재 투자자들은 주관사에 책임을 물며 집단소송을 제기해 금융감독원은 두 증권사에 대한 제재를 예고한 상태다. 파두 사태에 대한 검찰 수사와 시장 후폭풍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파두의 상장 주관 과정에서 발생한 책임론에서는 벗어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로 인해 양사의 리스크 관리 능력이 중요해진 만큼 양사가 인사 과정에서 쇄신을 선택했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비상장 기업이 증시에 들어선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잡음을 사전에 방지하는 능력이 보다 요구되고 있다”며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파두 사태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어 입지가 좁아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기에 관련 본부를 새롭게 재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반기 들어 IPO 시장이 침체되자 상장 철회를 택한 곳이 늘어난 점도 IPO 수장 교체 배경으로 함께 거론된다. 증권사의 주관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철회 건수가 적은 것 또한 주관사 능력으로 평가되면서다.
NH투자증권의 경우 국내 증권사 중 올해 가장 많은 상장 철회를 기록했다. 올 들어 상장을 철회한 기업(스펙 제외)은 총 50건인데 NH투자증권이 주관사로 참여한 곳은 무려 13곳(26%)이다. 이로 인해 NH투자증권이 연이은 대어급 기업의 상장 철회 여파로 실적이 부진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하반기 대어로 꼽혔던 케이뱅크가 상장을 철회하면서 경쟁사들과 실적이 1000억원 이상 벌어지게 됐다. NH투자증권의 올해 공모 물량 인수액은 4901억원을 기록했는데 3위인 미래에셋증권(6171억원)과 약 1270억원의 차이를 보이는 수준이다.
하반기 IPO 침체가 이어진 가운데 내년에도 국내 탄핵 정국 지속,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 등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상황이다. 이에 증권사 내 IB 실적이 보다 중요해질 것이란 판단 하에 변화를 택했을 것이란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개인 투자자들이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공모주에 대한 관심이 확대돼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이 한층 더 날카로워졌다”며 “IPO 과정에서 리스크 관리이 핵심 능력으로 떠오른 것을 고려해 향후 몇 년간 이 같은 인사 분위기가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