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돈 대신 비전’ 보여줄 때 됐다

2025-02-04

토트넘이 2025년 겨울 이적시장에서 바이에른 뮌헨의 유망주 마티스 텔을 영입하며 공격진 보강에 성공했지만, 구단의 비전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풋볼런던을 비롯한 현지 매체들은 토트넘이 최근 여러 유망주 영입 협상에서 고배를 마신 근본적인 이유로 유럽 무대 진출 가능성 부재와 장기적 성장 계획의 불확실성을 꼽았다.

이런 우려는 최근 첼시의 센터백이었던 악셀 디사시가 토트넘의 적극적인 영입 제안을 거절하고 애스턴 빌라행을 선택한 사례에서도 드러난다. 토트넘은 현재 최하위 유럽 클럽 대항전인 유로파 컨퍼런스리그 진출 마지노선인 6위와 14점 차이가 난다. 과거 19시즌 중 17시즌 동안 유럽 무대를 밟았던 명성이 무색해졌다.

이런 상황이 지속한다면 토트넘은 심각한 재정적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 클럽 대항전 불참 시 중계권 수익, 티켓 판매, 스폰서십 계약 등에서 약 7000만파운드(약 1270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특히 챔피언스리그는 참가만으로도 3000만에서 4000만파운드(약 544억원~726억원)의 중계권 수익이 보장되며, 한 경기 승리당 250만파운드(약 45억원)의 상금을 준다. 수익 감소를 넘어 구단의 브랜드 가치 하락과 선수 영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토트넘은 이번 이적시장에서 스쿼드 강화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약 5000만파운드(약 907억원)를 투자해 마티스 텔을 영입했고, 수비진 보강을 위해 프랑스 리그앙 랑스에서 뛰던 센터백 케빈 단소를 2500만유로에 데려왔으며, 체코 출신 유망주 골키퍼 안토닌 킨스키도 1300만파운드(약 236억원)에 영입하며 미래에 대한 투자도 병행했다. 하지만 AC 밀란의 피카요 토모리와 애스턴 빌라의 레온 베일리 등 핵심 타깃 영입에는 실패하며 한계를 드러냈다.

과거 토트넘의 소극적인 이적 정책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다. 구단은 2018년 잭 그릴리시 영입 시도 당시 2500만파운드(약 454억원)의 이적료가 너무 많다며 협상을 중단했고, 결국 그릴리시는 2021년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해 프리미어리그 3연패의 주역이 됐다. 2020년에는 울버햄프턴의 페드루 네투 영입에 3500만파운드(약 635억원)를 제시했다가 실패했는데, 첼시로 이적한 네투의 현재 몸값은 6000만파운드(약 1089억원)를 훌쩍 넘어섰다. 2022년 겨울에는 루이스 디아스를 4000만파운드(약 726억원)에 영입하려 했지만, 리버풀의 5000만 파운드(약 907억원) 제안에 밀려 놓쳤고, 디아스는 리버풀에서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경험했다.

이러한 소극적 투자의 배경에는 구단주 ENIC의 경영 철학이 자리 잡고 있다. 조 루이스가 창립하고 다니엘 레비 회장이 실무를 총괄하는 투자회사 ENIC은 토트넘을 경기만 잘 하는 축구 클럽이 아닌 ‘수익 창출이 가능한 글로벌 브랜드’로 운영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재정 건전성과 수익성에 초점을 맞추면서 24년 동안 단 한 차례(2008년 리그컵)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토트넘의 넉넉한 재정 상황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성과다. 2024년 기준 5억1600만 파운드(약 9363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세계 9위 부자 구단으로 꼽히지만, 실제 연봉 지출은 매우 보수적이다. 토트넘의 매출 대비 연봉 지출 비율은 42%로 세계 20대 구단 중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유럽축구연맹(UEFA)이 재정 건전성 마지노선인 70%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으로, 충분한 투자 여력이 있음에도 이를 활용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주급 체계를 살펴보면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토트넘의 평균 주급은 11만파운드(약 2억원) 수준으로, 맨체스터 시티(20만 파운드·약 3억6000만원), 첼시(18만 파운드·약 3억3000만원) 등 다른 빅클럽과 큰 격차를 보인다. 2017년 이후 연봉 총액은 2억5100만 파운드(약 4545억원)에 그쳐, 맨시티(4억 2300만 파운드·약 7660억원), 첼시(4억400만 파운드·약 7317억원), 리버풀(3억7300만 파운드·약 6756억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3억3100만 파운드·약 5995억원) 등과 비교해 현저히 낮다.

축구 재정 전문가들은 토트넘이 새 경기장 건설 비용을 이유로 지출을 억제해 왔지만, 이제는 그럴 명분이 없다고 지적한다. 세계적 수준의 새 경기장과 최신식 훈련 시설을 갖춘 토트넘은 이제 손흥민과 텔을 중심으로 한 명확한 장기 프로젝트를 제시하고, 유럽 무대 복귀를 위한 과감한 투자를 단행해야 하는 시점에 서 있다. 재정적 여유는 충분하다. 남은 것은 선수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비전과 이를 실현할 수 있는 ENIC의 과감한 결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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