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파면”을 외친 광장은 ‘세월호 세대’의 존재를 확인시켰다. 이들은 11년 전 수백의 생명이 스러지는 것을 보며 각자의 자리에서 울었다. 청년들은 생명·민주주의·공동체와 같은 단어들을 세월호 참사와 연결해 이해했고 광장과 연대, 양심 같은 가치를 자신의 삶에 자연스레 녹여갔다.
4·16연대 청년책모임 ‘세계관’은 지난 3월부터 매주 <절망하는 이들을 위한 민주주의>(최태현)와 <아무튼, 데모>(정보라)를 함께 읽었다. 첫 주제는 ‘세월호와 민주주의’로 12·3 비상계엄 전에 정했다. 류현아씨(32)는 “소수자에 대한 접근방식 등을 먼저 얘기해보고 싶어서 민주주의를 골랐다”고 했다.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4·16연대 사무실에서 책모임 활동가 류씨와 강가라연(28)·박수철(31)씨를 만났다.
지난 한 달 동안은 세월호에 대한 기억과 집회 참석을 연결 지어 이야기를 나눴다. 박씨는 “세월호 참사를 국가폭력으로 기억하는 이들이 많았다”며 “‘내란 사태라는 새로운 국가폭력이 일어났을 때 세월호 때처럼 가만히 있지 않고 (광장으로) 나갔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매주 만나 민주주의 등 주제
‘세월호 감각’으로 대화 나눠
“반민주주의적 역사 밝혀야”
최근 한국 사회는 ‘세계관’이 선정한 책에 나오는 ‘민주주의의 역설’이나 ‘부패한 권력’의 적나라한 사례다. 참여자들은 “책 내용을 현장학습하고 있는 것 같다”며 서로 웃기도 했다. 강씨는 “활동가로서는 모든 재난 피해자의 권리를 옹호해주고 책임자 처벌을 해줄 ‘철인왕’이 나타나길 바랄 때도 있었다”며 “평등한 지도자가 아닌 모든 걸 다 해줄 정부와 리더를 원하는 모순된 마음이 결국 나쁜 리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주의는 한 사람의 ‘철인왕’이 아니라 시민이 일궈가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주의에 관한 ‘세계관’의 논의는 세월호가 앞으로 어떻게 기억돼야 하는가로 향했다. “가만히 있지 않기로 한 세월호 세대”는 세월호를 과거의 참사 경험으로 두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갈 미래와 연결했다. 강씨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돼야 생명 안전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며 “수많은 반민주주의적인 역사에서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참 많다는 것을 생각하면 세월호 11주기인 지금은 시작 단계일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