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인프라의 핵심인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확보하기 위한 내년도 정부 예산이 2조원 넘게 편성됐다. 첨단 바이오·양자 등 차세대 미래 기술 확보와 기초 연구 생태계 복원을 위한 연구·개발(R&D) 예산도 대폭 늘어난다.

무슨 일이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2026년도 예산안’을 발표했다. 과기정통부가 편성한 내년 예산안은 총 23조7000억원 규모다.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한 올해 예산(21조원)보다 12.9% 증가한 역대 최대 수준이다. 이 중 AI 관련 예산은 5조1000억원으로, 정부의 총 AI 예산(10조1000억원)의 절반 이상이다. 특히 첨단 GPU 확보를 위한 예산은 2조1087억원이 배정돼 처음으로 2조원을 넘어섰다. 불과 2년 전 100억 원대 수준에 불과했던 정부의 GPU 예산이 200배 가까이 불어난 셈이다.
이게 무슨 의미야
정부와 AI 업계에서는 향후 2~3년을 한국이 글로벌 AI 패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골든 타임으로 보고 있다. 이 기간 경쟁력 있는 AI 모델과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빠른 시간 안에 첨단 GPU를 대량으로 확보해 AI 인프라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GPU 5만장 확보 시점을 당초 2030년보다 2~3년 앞당긴다는 구상이다. 과기정통부는 올해 GPU 1만3000장을 들여오는 데 이어 내년에는 추가로 1만5000장을 확보할 계획이다. 여기에 첨단 GPU 9000장 규모의 슈퍼컴 6호기를 구축하면 내년까지 최대 3만7000장을 확보할 수 있다. 배경훈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현장 간담회에서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AI 패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시간이 많지 않다”며 “경쟁력 있는 AI 모델과 서비스를 만드는 근간이 되는 게 GPU 확보”라고 말했다.
정부의 GPU 확보 계획은 글로벌 빅테크 수준에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업계에서는 컴퓨팅 자원 부족으로 인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메타의 경우 올해 안에 130만장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AI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AI 스타트업이 활용 가능한 GPU는 수백장 수준”이라며 “경량화를 통해 적은 양의 GPU로도 경쟁력 있는 AI 모델과 서비스를 내놓고 있는데, 정부의 GPU 지원이 늘어나면 경쟁력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우주청 내년 예산안은
GPU 확보를 포함한 대한민국 AI 대전환 지원 예산은 올해보다 29.7% 증가한 4조4600억원이 배정됐다. 첨단 바이오·양자 등 차세대 전략 기술 확보를 위한 예산도 27.8% 늘어난 5조9300억원이 편성됐다. R&D 생태계 복원을 위해서도 18.4% 증액한 4조5100억원이 투입된다.
우주항공청 내년 예산도 올해 대비 15% 증액된 1조1131억원 규모로 편성됐다. 내년 누리호 5차 발사와 차세대 발사체 개발에 활용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