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비용’에 짓눌린 농가

2024-10-29

해마다 농가 경영비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전기료·기름값 등 에너지 비용이 크게 오르면서 농가를 짓누르지만 정부 대책은 근시안적 지원에 머문다. 신재생에너지 활용을 지원하는 등 대안을 통해 농업분야 경영비를 낮춰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농림어업분야의 에너지소비량은 2018년 이후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농작업 기계화율과 시설·스마트팜이 확대된 것이 배경이다. 최근엔 폭염, 저온, 일조량 부족 등 이상기후가 잦아지면서 이에 대응하려는 농가의 전력·석유 소비도 크게 늘었다. 이 때문에 지난해 농가 경영비는 2677만9000원으로 전년(2511만9000원)보다 6.6% 뛰었고, 농가 구입가격지수 가운데 영농광열비는 173.7(2020년 100 기준)을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농가 부담을 낮추기 위해 운용하는 농업용 면세유 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제유가가 요동치는데, 지원금 규모가 꾸준히 줄고 있어서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평택병)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면세유 지원금(세금 감면액)은 2015년 8556억원에서 지난해 5490억원으로 36% 쪼그라들었다. 더 큰 문제는 면세유 폐지 주장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2023년 조세특례 심층평가’ 보고서에서 “농업생산성과 소득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가 뚜렷하지 않다”고 평가하는 한편 “면세유 등 화석연료 보조금은 탄소중립과 배치된다”면서 일몰 연장을 반대했다. 면세유가 근거한 농업용 석유류의 세제감면 기한은 2026년 12월31일이다.

전기요금은 농가의 오랜 골칫덩이로 꼽힌다. 한국전력공사는 24일 적자를 해소한다면서 산업용 요금을 인상했다. 농업용은 동결됐지만, 한전이 “전기요금을 단계적으로 정상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농업용 요금 인상은 시한폭탄처럼 보인다. 스마트팜 전환이 빠르게 이뤄져 농가의 전력 소비량은 갈수록 커지고 있어 전기요금이 농가 경영난의 뇌관이 될 수 있다.

화물차 대상 유가보조금도 농가를 옥죈다. 유가보조금이 줄어 농산물 유통비가 늘면 최종 소비자 가격도 오른다. 산지 농산물 가격은 그대로인데 물류비만 상승하는 꼴로, 농가의 채산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김 의원에 따르면 화물차 대상 경유·액화석유가스(LPG) 유가보조금은 8년 새 52.8% 줄며 반토막이 났다.

일각에선 미봉책에 불과한 단순 비용 지원보다는 신재생에너지 발굴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농식품부도 농지에 영농형 태양광발전 설비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타용도 일시사용 허가 기간을 8년에서 23년으로 연장하기로 했다. 그러나 자칫 도시자본이 유입돼 농지 훼손과 가짜 농민이 양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정인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영농형 태양광사업의 규모화를 위해 기업이 진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대신 사업 이익을 농업·농촌과 공유하는 모델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더불어 “축산분뇨를 활용한 바이오매스 등 재생에너지원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농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농산물 품질 저하, 농업용 전기료와 면세유 가격 급등으로 인한 생산비·물류비·생활비 상승에 시달리지만 정책적으로 방치되고 있다”며 “신재생에너지 개발이 구멍 난 농촌소득을 메우고, 기업의 ‘RE100’ 달성을 도울 수 있도록 도농이 상생하는 정책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유리 기자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