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용현 기자]포스코의 HMM 인수가 해운협회의 반대와 기업 가치 상승이라는 ‘이중 변수’ 속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매각 지연이 이어지는 동안 HMM의 몸값은 오히려 더 오를 수 있어 정부와 인수 후보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는 ‘가격 역설’이 현실화 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포스코는 국내 1위 해운사 HMM의 인수를 검토 중이다. 또한 이를 위해 삼일PwC, 보스턴컨설팅그룹 등과 계약을 맺고 대규모 자문단을 꾸린 상태다.
그동안 HMM은 매각 추진 과정에서 ‘몸값이 지나치게 높다’는 이유로 인수 후보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했다. 실제 HMM의 현재 시가총액은 21조 원 규모로 코스피 상위 26위다. 하지만 포스코가 충분한 자금력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산은과 해진공의 합산 지분율 64% 중 산은 지분만 먼저 인수하게 된다면 최대 주주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한국해운협회가 최근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에게 “HMM 인수는 해운산업 근간을 흔드는 중대 사안”이라며 공개 반대에 나서면서 구도는 복잡해졌다. 협회는 지난 14일 “비(非)해운기업의 해운 진출은 산업 생태계를 교란시킬 수 있다”며 인수 철회를 요구하는 건의서를 공식 제출한 상태다.
문제는 해운협회의 반대와 무관하게 HMM의 몸값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HMM은 벌크선 확장, 장기 운송 계약 등 중장기 계획을 차질 없이 진행하면서 오히려 몸값은 더 높아지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실제 HMM은 2030년까지 벌크선 110척 확보를 목표로 공격적인 선대 확장에 나서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독일 올덴도르프 캐리어스로부터 20만 DWT급 뉴캐슬막스 벌크선 ‘루이제 올덴도르프호’를 5100만 달러(약 705억 원)에 매입했다.
또한 이보다 앞선 1월에는 일본 나무라조선이 건조한 캡사이즈급 ‘글로벌 엔터프라이즈호’를 2900만 달러(약 400억 원)에 인수하면서, 올해 상반기 기준 벌크선 보유 대수는 46척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노르웨이 해운전문지 트레이드윈즈(Trade Winds) 보도에 따르면 HMM은 최근 중고 울트라맥스급 벌크선 2척을 총 6500만 달러(약 913억 원)에 추가 매입했다.
이처럼 공격적인 선대 확장은 단기 수익과는 별개로 기업의 자산 가치와 시장 신뢰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인수 지연이 길어질수록 자산 가치가 상승해 인수 부담이 커지고, 정부가 보유한 지분(약 57.9%)을 매각하기 어려운 구조가 고착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매각 논란 속에서도 HMM이 중장기 전략을 흔들림 없이 이어가며 스스로 몸값을 높이고 있다”며 “한편으로는 자산 가치가 상승해 인수 부담 역시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부 입장에서는 HMM의 가치가 높아지는 것이 재정적으론 긍정적이지만 매각 추진 측면에서는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하는 ‘양날의 검’이 된다는 설명이다.
결국 HMM 매각은 단순히 ‘누가 인수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기업 가치가 높아지며 인수 난도가 올라가는 ‘가격 역설’의 국면에 접어든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 추세가 이어질 경우 포스코뿐 아니라 다른 인수 후보들도 가격 부담 때문에 쉽게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