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폴란드에서 27년 전 실종된 10대 소녀가 부모에 의해 자신의 집 안에 있던 것으로 밝혀져 현지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14일(현지시간) 폴란드 텔레비지야 폴스카(TVP)·팩트(Fakt) 등에 따르면 현지 경찰은 지난 7월 실롱스크주(州) 시비엥토흐워비체의 한 아파트에서 실종된 여성 미렐라(42)를 구출했다고 밝혔다.
미렐라는 지난 1998년 15세 나이로 갑자기 모습을 감췄다. 당시 이웃들은 갑자기 미렐라가 보이지 않기 시작하자 부모에게 딸의 행방을 물었는데, 부모는 “실종됐다” “입양된 딸이고, 친가족에게 돌아갔다”는 등 거짓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제로 미렐라는 자신의 집에 부모와 함께 있었다. 지난 7월 29일 늦은 밤, 노부부가 사는 집에서 시끄러운 소리를 들은 한 이웃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이 사실이 알려지게 됐다.
신고자는 “아파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때문에 신고하게 됐다. 경찰이 도착했는데 부부가 처음에는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경찰에 '우리만 살고 있으니 개입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이어 “잠시 후에야 문을 열어줬는데, 정말 충격이었다. 미렐라가 방에 있었고, 출동한 구급대원이 그를 데리고 나왔다. 상태가 정말 심각했다. 극심한 방치로 다리가 괴사한 것 같았다. 부부는 몇 년 동안 딸이 실종됐다고 말해왔는데, 27년 간 딸을 그 곳에 가둔 것 같다”고 회상했다.
올해로 42세가 된 미렐라는 27년 간 작은 방 안에 고립된 채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을 간 적 없어 온 몸의 피부는 괴사한 것처럼 변했고 심각한 저체중 상태로 계단을 내려올 수 없을 정도로 건강 상태가 나빴다.
현장에 출동한 안나 흐리니아크 부경감은 “82세 여성(미렐라의 엄마)은 말다툼이 있었다는 것을 부인했다. 미렐라 역시 괜찮다고 했지만 다리의 부상이 심각해보여서 구급차를 불렀다”고 말했다.
실제로 공개된 미렐라의 사진을 보면 발목이 괴사한 것처럼 보라색으로 변했으며, 다리가 전체적으로 퉁퉁 부어 있다.
미렐라는 실종 신고조차 되지 않은 채 부모의 집에서 유령처럼 살고 있었다. 옷도, 속옷도, 생리대도 없이 어린아이가 살법한 작은 침대 위에서 종일 생활했고, 신분증은 물론 건강보험도 없는 말 그대로 '없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지역 주민들은 미렐라를 돕기 위해 모금활동을 펼치고 있다. 모금활동 주최측은 “의사들은 미렐라가 감염으로 인해 며칠 안에 사망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2개월 넘게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사건은 아직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 시점에서 미렐라가 피해자인지 여부는 알 수 없다. 경찰은 “부모가 미렐라를 강제로 감금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검증되지 않은 정보 공유를 삼갈 것을 요청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