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경호처 직원 중 ‘특사경’ 32명
윤석열 대통령 측이 “대통령 경호처 직원은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경찰을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경호 업무 수행 중 체포나 수사 등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경호처 직원은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명한 30여 명의 일부 직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대통령의 변호를 맡는 윤갑근 변호사는 14일 입장문을 내고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불법 영장’으로 규정하며 대통령 경호처 공무원들은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경찰을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펼쳤다. 윤 변호사는 전날 오후 8시30분쯤 경호처 관저 근무 인원 거의 전원을 소집해 이런 내용을 언급하며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변호사가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 제시하는 건 대통령 경호법이다. 대통령 경호법 17조는 경호공무원은 대통령 등 경호대상에 대한 경호업무 수행 중 인지한 그 소관에 속하는 범죄에 대해 직무상 또는 수사상 긴급을 요하는 한도 내에서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윤 변호사의 말처럼 경호처 직원 전원이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검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장은 대통령 경호처 직원 중 일부를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으로 지명한다. 이렇게 지명받은 직원 일부만 경호 업무 수행 중 인지한 그 소관에 속하는 범죄에 대해 직무상이나 수사상 긴급을 요하는 한도 내에서 체포나 수사를 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31일 기준 서울중앙지검장이 특사경으로 지명한 대통령 경호처 직원은 24명이다. 지명된 직원의 수는 2022년 24명에서 2023년 28명, 지난해 32명으로 해마다 4명씩 증가했다. 올해 직원 수가 증가했더라도 특사경으로 지명된 대통령 경호처 직원의 수는 30여명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직원이 수사할 수 있는 ‘소관에 속하는 범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해석이 분분하다. 윤 변호사는 윤 대통령 체포영장을 ‘불법∙위헌 영장’으로 규정하며 “불법∙위헌 영장으로 관저에 침입하는 경찰들은 모두 특수공무집행방해 및 군사시설보호법 위반으로 처벌의 대상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법원으로부터 적법하게 발부받은 체포영장 집행을 막는 것이 오히려 공무집행방해 혐의에 해당한다는 의견이 많다. 고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이 체포영장이 적법하냐인데, 법관이 발부한 영장 자체는 적법하다고 봐야 한다”며 “적법한 영장의 집행을 막으면 공무집행방해”라고 말했다. 이어 “공수처가 영장을 집행하는데 현장이 무질서해서 집행이 안될 경우 경찰이 질서유지를 하는 것은 ‘행정 응원’으로, 경찰의 당연한 직무”라고 덧붙였다.
관련 법상 대통령 경호처 내 특사경이 경찰을 현행범 체포하는 건 해석에 따라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공수처의 영장을 불법으로 보는 (윤 대통령 변호인단의) 입장에선 이를 집행한 경찰은 ‘경호업무 수행 중 인지한 범죄’를 저지른 현행범이기 때문에 체포가 가능하단 논리를 전개할 수 있다”면서도 “영장 집행을 막는 것은 통상적인 경호업무 내에서 충분히 이뤄질 수 있는 조치로, 굳이 특사경까지 언급한 점은 여론전 내지는 경찰을 향한 심리적 압박을 주기 위해서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부장검사는 “검찰이 특사경을 일일이 지휘하는 것이 아니라 지휘 건의가 올라오면 상황에 맞춰 지휘하기 때문에 미리 개입할 수는 없다”면서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현장에서) 벌어질 일을 예상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재로선 (대통령 경호처 특사경의 체포) 가부를 단정적으로 얘기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만약 특사경이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수사를 개시할 경우 특사경은 ‘특별사법경찰관리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 및 특별사법경찰관리의 수사준칙에 관한 규칙’에 따라 즉시 관할 지방검찰청 검사장 또는 지청장에게 이를 보고해야 한다.
유경민∙윤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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